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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박원순의 야심작 '제로페이'…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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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시범사업 시작…간편결제·은행 앱에서 이용 가능

내년 카드수수료율 인하·세액공제 확대되면 차별성 없어

가맹률 3%…18만개 가맹점 확보한 카카오페이 9분의 1

3년간 77억 예산 투입…실패 땐 '관 개입' 비판 불가피

아시아경제

지난 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부산시, 경남도 등은 제로페이 BI 선포식을 개최했다. 홍종학 중기벤처부장관(가운데)과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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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김형민 기자] 결제 수수료 0%를 장점으로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제로페이'가 오는 20일부터 시범사업에 돌입한다.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는 좋으나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아직 적고 수수료 장점도 희석된 탓에 '불안한 출발'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칫 시장 안착에 실패할 경우 '관이 시장에 개입하려다' 실패한 또 다른 사례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수수료 0%' 나쁠 건 없지만…= 제로페이는 일종의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과 개념은 같다. 손님이 가게 계산대에 설치된 QR코드(전자직인)를 카메라로 비춘 뒤 금액을 입력하면 등록해놓은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와 가게 주인에게 이체되는 방식이다. 가게 주인이 손님의 스마트폰 내 QR코드를 찍어도 된다. 계좌이체를 결제수단으로 쓰기 때문에 수수료 0%가 가능한 것이다.

제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는 필요없다. 서울시가 기존 간편결제ㆍ은행의 모바일앱과 연동시켜놨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되는 날부터 제로페이를 쓸 수 있는 서비스는 네이버페이ㆍ페이코ㆍ하나멤버스ㆍ머니트리 4개 간편결제ㆍ카드 서비스와 20개 은행 앱이다. 시범사업은 서울과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시작되고 본사업은 내년 3월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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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수수료율 이미 0%…차별성 확보가 관건= 제로페이의 1차 목표이자 큰 차별점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세액공제 확대 정책이 내년부터 실시되므로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0%에 가까워졌다. 제로페이 확장의 장애물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제로페이의 가맹점 확대는 지지부진하다. 현재 서울시가 확보한 가맹점은 2만곳에 불과하다. 제로페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오프라인 결제를 구현한 카카오페이 가맹점 18만곳과 비교하면 9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의 제로페이 불참이 뼈아픈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사업자의 자체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를 강요할 수 없고 제로페이는 오픈플랫폼이기 때문에 원하는 업체들은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질 유인이 적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적으로 세금 혜택 등을 줘야 하는데 혜택이 구체적이지 않고 방대해질 경우 제로페이의 기존 취지나 목적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시는 아직 시범사업인 만큼 시장안착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편의점 등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과 시청 인근 지하 소상공인 매장에서 제로페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전국 단위로 가맹점 신청을 받아 본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원순표 핵심 사업의 운명은?= 서울시는 제로페이 사업에 2022년까지 77억67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 서울시 예산안으로 결의된 금액만 39억원이다. 시장에 안착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경우 박 시장의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다.

반대 상황이 되면 민간 영역에 개입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로페이는 박 시장의 민선 7기 핵심 사업이다. 지난달 박 시장은 서울 시내를 돌며 가맹점 유치 캠페인에 나설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한편 박 시장은 18일 오후 시장실에서 서울시약사회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약사회는 소속 회원들이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 전역 총 5000개의 약국이 회원사로 있다. 물론 제로페이 참여가 강제는 아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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