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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하루 20만 택배 보내는 이 창고, 사람은 한명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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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세계 첫 100% 無人 운영 '징둥 상하이 창고' 가보니

지난 14일 오전 10시 중국 상하이 훙차오(虹橋)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징둥 상하이 스마트 물류창고'. 10만㎡(약 3만평) 넓이의 물류창고 중 절반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이 작년 10월 세계 최초로 도입한 '100% 무인(無人) 창고'가 자리 잡고 있다.

축구장 6개 넓이(4만㎡·약 1만2100평)의 무인 창고에는 '샤오훙런(小紅人)'으로 불리는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분류 로봇 300대가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샤오훙런은 포장된 물품이 쏟아져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옆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섰다. 주황색 로봇팔이 배송 박스를 하나씩 들어 샤오훙런 위에 올려놓자, 무게를 감지한 로봇은 주행을 시작해 창고 바닥 곳곳에 있는 사각형 '구멍' 안으로 물품을 내려보냈다. 이 구멍들은 배송 주소에 따라 출고 물품을 1차적으로 분류하는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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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징둥닷컴의 100% 무인 창고에서 분류 로봇‘샤오훙런’들이 포장된 물건을 받기 위해 일렬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철장 밖 주황색 로봇 팔은 소포를 하나씩 집어 샤오훙런 위에 올려준다. 소포를 실은 샤오훙런은 배송지별로 분류된 구멍 옆으로 주행해 소포를 집어넣는다. /징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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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고 안에는 샤오훙런을 비롯해 물품을 분류·포장하는 로봇팔까지 총 1000여 대의 로봇이 일하고 있다. 로봇들은 징둥 서버(대형 컴퓨터)에 있는 인공지능(AI)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징둥의 AI는 홈페이지에서 들어오는 주문과 창고 재고를 파악하면서 0.2초마다 300대 '샤오훙런'의 이동 시나리오를 680억 번 연산해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낸다. 운반 로봇들이 1초당 3m씩 빠르게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힐 일이 없는 것도 컴퓨터가 완벽한 경로를 명령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출고되는 주문은 매일 20만 건을 웃돈다. 이는 동일 규모의 유인(有人) 창고가 처리하는 물량의 10배에 달한다.

무인 물류로 유통 시장 잡겠다는 징둥닷컴

20년 전 베이징의 작은 오프라인 소매 상점으로 시작한 징둥은 2004년 온라인 쇼핑몰에 진출해 지난해 연 매출 3623억 위안(약 59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징둥닷컴은 택배 회사를 이용하는 알리바바와 달리, 중국 전역의 물류 배송을 계열사 '징둥물류'의 인력이 직접 맡는다. 징둥닷컴이 무인 기술에 투자하며 자사 물류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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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둥닷컴은 2016년 무인 기술을 개발하는 'X사업부'를 신설하며 로봇·자율주행과 같은 최첨단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베이징 본사에서 만난 샤오쥔(肖軍) 부사장(X사업부 총괄)은 "무인 창고와 함께 개발 중인 배송 로봇, 드론, 자율주행 기술이 징둥 스마트 물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중국 톈진(天津)의 비즈니스 단지 '에코시티'에는 1.5m 높이의 무인 배송 로봇이 물건을 배송하고 있었다. 한 번에 최대 6개의 소포를 배달하는 이 로봇은 시속 5㎞ 속도로 단지 내 도로를 주행하면서 몸체 사방에 달려 있는 초음파·레이더 센서로 길가에 세워진 자전거나 트럭을 피해 움직였다. 약 3㎞를 주행하고 한 오피스 앞에 도착하자, 배송 로봇은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1층으로 내려오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징둥닷컴 관계자는 "현재 20개 도시에 있는 이 로봇들은 내년부터 훨씬 많은 지역에서 배송을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이뿐이 아니다. 징둥이 직접 개발한 소형 드론의 누적 비행거리는 30만㎞를 돌파했고, 지난달 최대 800㎏을 운반할 수 있는 대형 드론이 첫 비행을 마쳤다. 한 번에 15~30㎏의 물건을 운반하는 소형 드론은 지난해부터 중국 내 4개 도시에서 산골 오지로 물품 배송에 사용되고 있다. 샤오 부사장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대형 화물차도 개발하고 있다"며 "스마트 물류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기술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레스토랑·편의점… 서비스도 '무인화'

징둥닷컴은 자사의 무인 기술을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 12일 톈진의 'JD X 미래 레스토랑'에는 서빙 로봇 3대가 음식을 운반하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요리 로봇 4대가 쉴 새 없이 청경채·닭고기와 같은 재료를 볶아냈다. 고객이 QR코드를 찍어 주문을 넣으면, 5분도 안 돼 로봇이 만든 요리가 서빙 로봇에 실려 나왔다. 하지만 이 서빙 로봇은 3명 이상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 때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오작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징둥닷컴은 또 중국 전국에 40여 개의 무인 편의점 'X마트'를 열었다. 사전에 X마트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에 얼굴 사진을 등록한 회원들은 안면 인식을 통해 편의점에 입장할 수 있다. 편의점 내 모든 제품에는 RFID(무선 인식 전자태그)가 붙어 있다. 생수 한 통을 집어 '결제 통로'를 통과하자, 통로 끝에 있는 카메라가 1초도 안 걸려 안면 인식을 통해 고객을 알아봤다. 통로 양측에 있는 센서는 상품값을 스마트폰으로 연동된 간편 결제 시스템 '위챗페이'에서 차감했다.

샤오 부사장은 "유통기업으로서 무인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필연적인 선택"이라며 "무인 창고로 시작해 무인 배송, 레스토랑·편의점의 무인 서비스 기술을 한국을 포함한 해외로 수출할 것"이라고 했다.





[톈진·베이징·상하이=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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