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발언대] 유치원 입학, 언제까지 로또식 추첨해야 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연희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대리


내년 다섯 살이 되는 둘째 아이 유치원 입학을 위해 온라인 유치원 원서 접수·추첨 사이트인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 세 곳에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유치원 정보 검색부터 지원, 추첨, 등록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접속자가 몰리고 선발 여부를 알려주는 결과 확인도 어려워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학교로' 탈락 이후 개별적으로 원아를 모집하는 유치원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다.

당초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한 아이당 두 곳씩 지원할 수 있는 '서울시어린이집 입소 대기 사이트'에 등록을 해두었지만, 대기 순번이 각각 200번, 75번이나 되어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다음 달이면 둘째 아이가 가정형 어린이집에서 나와야 한다. 다섯 살 아이를 어디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나, 초조하기만 하다.

필자가 사는 서울 강서구 염창동 관내에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립 유치원이 한 곳 있다. 이 유치원의 5세 입학 정원은 총 13명. 이 중 10명은 다자녀 가구, 국가유공자, 저소득층 등 사회 배려자 전형으로 우선 배정되고, 3명만 일반 모집으로 뽑는다. 이 세 자리를 놓고 염창동 학부모들이 극심한 눈치 보기를 하며 제비뽑기를 해야 한다. 인기가 많은 사립 유치원들도 입학 대기자가 정원의 2~3배를 넘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축하금과 아동수당 등을 지급한다고 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양질의 보육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유치원 원아 모집에 추첨제가 도입되었다는 것은 유치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학부모들은 공립 유치원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일부 사립 유치원이 정부의 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에 반발하며 폐원을 신청하고 내년도 신입 원아 모집을 보류했다. 정부가 사립 유치원에 보조금을 지원해 공립 유치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학부모는 사립 유치원들이 보조금을 포기하는 대신 폐원하고 고가(高價)의 놀이 학교로 전환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와 일부 사립 유치원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녀가 운 좋게 뽑혀야 유치원에 가는 이른바 '로또 추첨 선발'의 폐해는 줄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공급 부족 상태인 공공 보육 시설을 늘리는 데 최우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연희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대리]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