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모, 과학기술이 밥이다 - 제131화(7606)
미국 공직자로 새 출발
아들 위해 워싱턴으로 이주해
과학재단 고위공무원직 맡아
에너지 개발 프로그램 담당
한미동맹이라 한국인도 임용
백악관·의회 접촉해 식견 넓혀
아들 병세 악화해 이식수술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프랭크 프레스 대통령 과학고문이 백악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물색했다. [사진 미국 물리학회] |
나는 미국과학재단의 에너지 분야 책임자로서 수없이 들어오는 연구제안서를 적절하게 판단해 연구비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이를 위해 여러 명의 상임 전문가와 수십 명의 비상임위원을 두고 연구제안서를 신속·정확·공정하게 심사하게 했다. 나는 연구제안서 처리뿐 아니라 신에너지 분야 최고 전문가 회의도 조직하고 개최했다. 이를 위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에너지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접촉하고 회의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자리는 연방정부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고위 행정직군’에 속했다. 정치적인 임명이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선발돼 공무원 조직의 핵심을 맡는 보직이다. 외국인인 내가 어떻게 임용될 수 있었는지를 인사팀에 물었더니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기 때문에 한국인 전문가를 고위 행정직군에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설명이었다. 한미동맹이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에너지 분야 고위 행정 공무원으로서 백악관이나 의회 책임자들과도 접촉하고 국제협력 업무도 진행하면서 미국 과학기술행정의 깊은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문인으로서 새 분야를 개척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건강문제는 하루하루를 긴장케 했다. 전문의 진단대로 아들의 신장 기능은 점차 약화했고 인공신장으로 투석치료를 받아야 했다. 나와 아내가 신장제공 적합검사를 받았더니 내가 더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이식외과학회장을 지낸 한국인 장기이식 전문가 이형모 박사(1926~2013년)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 버지니아 의료센터] |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