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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투자에 방점 찍은 내년 경제정책, 속도감 있게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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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력 제고에 정책 집중/국내외 거센 파고 넘으려면/속도 조절보다 방향 전환해야

정부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주도성장보다 기업 투자에 방점이 찍힌 데 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정책방향에는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 등 4대 정책방향에는 투자와 규제개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16개 과제 가운데 10여개도 투자 활성화와 관련된 것이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경제·민생문제에 있다는 성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와 비슷한 2.6~2.7%로 전망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월평균 15만명을 예상했다. 반도체 경기 위축과 미국 금리인상, 미·중 통상마찰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내년에도 경기와 고용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는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기업·공공부문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팀이 민간의 의견을 듣고 어려움을 앞장서 해소하려 한다는 신호를 주려는 게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목표”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가가 지난해 정부의 주요 정책목표였던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서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보완조치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시장에 충격을 준 최저임금의 경우 결정 구조에 손을 대기로 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현재 3개월로 돼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달 말 끝나는 근로시간 단축 계도 기간(처벌 유예기간)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내년부터 단속에 들어가면 법을 위반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임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이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선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가 이런 미적지근한 자세로 시시각각 몰려오는 나라 안팎의 경제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속도조절에 그칠 게 아니라 잘못된 정책은 하루빨리 방향을 전환하고 기업 투자의 장애물들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정부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 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주어야 할 것”이라며 “포괄적인 규제혁신뿐 아니라 투자 건별, 제품별 투자 애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속도감 있는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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