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단독] “‘1대 100’ 마지막 진행… 아쉽고도 감사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BS 아나운서 조충현 / 네덜란드서 시작된 퀴즈 대결 프로그램 / 美·中 등 39개국 방영 / 국내선 2007년 첫 선 / 2년 넘게 진행 맡아 / 매주 수능 치르듯이 전문가들 검수 거쳐 무결점 출제 공들여 / 첫 방송 게스트 나온 신현준 가장 인상적

“2년 넘게 ‘1 대 100’의 진행자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로서 역량을 많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11년 이상 된 장수프로그램의 마지막 진행자일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라서 아쉬움도 많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세계일보

퀴즈 프로그램 KBS2 ‘1 대 100’의 한 장면.


최근 서울 여의도 KBS 인근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조충현(37) KBS 아나운서는 퀴즈 프로그램 KBS2 ‘1 대 100’의 종영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조 아나운서는 2016년 8월 30일부터 ‘1 대 100’을 맡아왔다. 2년 넘게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 종영과 관련된 인터뷰여서 다소 표정이 우울할 것 같았지만, 정작 조 아나운서는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그는 “실업자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헛헛함이 남네요”라고 밝혔다.

‘1 대 100’은 네덜란드의 TV 프로그램 제작업체 엔데몰의 ‘1 VS 100’의 프로그램 포맷을 KBS가 구입해 2007년 5월 1일부터 방송했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중국 등 전 세계 39개 국가에서 프로그램 포맷을 구입했다.

세계일보

장수 퀴즈 프로그램 KBS2 ‘1 대 100’의 진행자 조충현 아나운서는 “2년여 동안 프로그램을 하면서 울고 웃을 수 있었다”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진행자로서 역량을 키워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1 대 100’은 18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서상배 선임기자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인기도 줄었다. 각국에서 방영되던 프로그램이 종영됐으며, 네덜란드는 2016년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의 ‘1 대 100’이 전 세계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전 세계 마지막 1 대 100 MC’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 아나운서는 “KBS2 ‘1 대 100’이 전 세계 유일한 방송”이라며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퀴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1 대 100’은 단순히 퀴즈를 맞히고 상금을 타가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1인과 100인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그들이 살아온 길도 듣습니다. 속에 가지고 있는 내용을 시청자들을 알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퀴즈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장수를 한 것 같습니다.”

‘1 대 100’은 스튜디오 안에서 ‘1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100명의 패널들과 퀴즈대결을 한다. 1인은 100인을 상대로 총 11단계의 퀴즈를 풀어야 한다. 1인과 100인 중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11단계의 문제를 모두 풀지 않더라도 100인을 모두 탈락시키면 최고 5000만원을 받는다. 1인이 탈락하면 적립된 최종 상금을 두고 남은 100명의 생존자들이 대결해 최후의 1인을 가린다. 정답자가 아무도 없는 경우에는 도전이 종료된다.

지난 11월 13일 보이그룹 블락비의 박경까지 총 22명의 1인 우승자가 배출됐다. 한옥지킴이, 취업준비생, 의사 등 일반인부터 아나운서, 개그맨, 가수, 배우 등 연예인까지 다양했다. 특히 7대 우승자 박지선은 2008년 8월 26일에 100인으로 출연했다. 당시 최후 1인으로 남아 769만원을 획득했고, 이듬해 4월 28일에 1인으로 출연해 우승했다.

세계일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제가 처음 진행을 맡은 방송이 가장 기억납니다. 1인으로 신현준 형님이 나와주셨어요. ‘연예가중계’ 리포터를 하면서 현준형님과 친해질 수 있었고, 제 첫 게스트로 형님을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조 아나운서에 따르면 1인으로 출연하지 않으려 한다. 100인을 상대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압박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현준 배우는 조 아나운서와의 친분으로 기꺼이 출연했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퀴즈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매주 수능을 보는 것처럼 치열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작진과 외부 전문가들의 검수를 받습니다. 11년 동안 작가들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바뀔 때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후임 작가에게 물려줍니다. 중복을 막기 위해서죠.”

세계일보

그럼에도 오답이 나올 때가 간혹 있다. 그때는 시청자 게시판에 공지를 한다. 단순 오탈자는 정정 내용을 게시한다. 답 자체가 틀렸을 때에는 그날 녹화한 내용을 전부 폐기한다. 지난 8월 19일에 촬영된 홍경민편이 이에 해당했다.

“매주 방송이 끝나면 마지막 퀴즈의 문제와 답이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에 올라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거죠. 저는 물론이고 제작진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실수가 있으면 바로 정정합니다. 공정한 방송이 되려고 했습니다.”

‘1 대 100’은 18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은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최후의 1인을 다 모실 예정입니다. 왕중왕전입니다. 아껴 놨던, 기가 막힌 문제들도 총출동합니다. 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세상에 고수는 진짜 많구나라는 걸 느낄 겁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