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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ILO 협약 비준하라” EU, 한국 상대 공식 분쟁해결절차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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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0월 서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7대 입법과제 연내처리 촉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의 규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약속대로 비준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무원·교사의 노조결성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의 조치가 늦어지는 사이에, FTA의 규정 때문에 무역분쟁으로 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7일 “EU 집행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에 적힌 분쟁 해결절차인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2009년 체결된 한국과 EU의 FTA 조약에는 노동·환경 분야의 기본권을 명시한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장’이 포함돼 있다. 이 장에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국의 법·관행 내에서 이를 존중하고 실현한다’고 적혀 있다. FTA를 체결한 뒤 EU는 한국 정부에 계속 핵심 협약을 비준하라고 요구해왔지만 이뤄지지 않자 공식 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것이다.

FTA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양측 정부는 먼저 서면으로 실무협의를 해야 한다. 실무협의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양국 국장급으로 구성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가 소집된다. 위원회에서는 3명의 전문가 패널이 제출한 권고사항 보고서를 검토해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김대환 노동부 국제협력관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특혜 관세를 없앤다거나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는 식의 경제 제재를 할 수는 없지만, EU가 계속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강화할 경우 국가 위상이 실추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하며 정식 회원국이 됐으나, ILO 전체 협약 189개 중 27개만 비준했다.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 가운데서도 4개만 비준했다. 비준하지 않은 협약은 노동조합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87호·98호와 ‘강제노동금지’와 관련된 29호·105호다.

EU는 FTA가 발효된 2011년 이후 꾸준히 한국 정부에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해왔다. 올들어서도 한국 정부에 이와 관련된 상세한 일정을 요구했고,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경우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도 협약 비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노동조항의 의무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최근 FTA 협상의 추세”라며 “각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적절한 환경기준과 노동기준을 지켜 생산된 것인지 고려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논의를 거쳐 노·사 합의로 법·제도를 정비하고, 국회에서 협약 비준 동의를 얻을 계획이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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