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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중·러, ‘대기 조작’ 공동 실험…군사 목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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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군사 기술에 응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대기를 조작하는 실험을 공동수행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장거리 무선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전리층(태양 에너지에 의해 공기 분자가 이온화한 자유 전자가 밀집된 곳)을 통제하기 위한 경쟁을 해왔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6월 동유럽 수라(Sura) 기지에서 총 5차례에 걸쳐 강력한 전자기파 에너지 빔을 전리층에 쏴 대기를 조작하는 실험을 했다.

수라 기지는 냉전 당시 옛 소련군이 건설한 바실수르스크(Vasilsursk)의 대기 난방시설이다. 이 기지는 대기 중으로 대량의 전자파를 쏘아 올렸으며, 여기서 나온 고주파는 260메가와트(MW)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은 도시를 환하게 밝히고도 남을 정도다.

조선일보

러시아 바실수르스크에 있는 수라 기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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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6월 7일에는 실험으로 인해 영국 크기의 절반인 12만6000㎢에 달하는 지역에 물리적 장애가 일어났다고 SCMP는 전했다. 이밖에도 지난 6월 12일 실험에서는 높은 고도에서 얇고 이온화된 기체의 온도가 섭씨 100도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런 실험은 중국 지진예측 위성 ‘장헝(張衡)-1호’와 연계돼 수행됐다. 최첨단 센서를 탑재한 이 위성은 전자기장과 전리층 플라스마(기체에 열을 가해 나오는 기체·액체·고체 이외의 제4 물질 상태) 등을 빠르게 관측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 대기 조작 실험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궈리싱 서안전자과학기술대학 교수는 SMCP에 "이런 국제적인 협력은 매우 드문 일이며, 이 기술 또한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대기 조작 실험은 과학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 대기 조작 실험이 군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전자파를 전리층에 발사하면 적군의 통신 체계를 일시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리층 내 일시적으로 블랙홀이 만들어져 전파 반사를 막는 원리다.

옛 소련이 1981년 대규모 시설인 수라 기지를 만든 것도 이런 군사적 목적을 위한 것이다. 당시 소련 과학자들은 잠수함 통신 등 군사 작전을 위한 도구로 대기를 조작하려 했다.

미국도 이 군사 경쟁에 합류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1990년대 수라 기지 4배 위력을 가진 최대 1기가와트(GW) 에너지 빔을 방출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더 큰 기지를 짓고 있다. 이전 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원과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中國電科·CETC), 난창(南昌)대학은 군부의 지원을 받아 이보다 더 강력한 시설을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에 세우고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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