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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9·13 전세자금 대출 제한, 집값 잡은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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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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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오르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9·13 대책의 영향이 크다. 강남권을 비롯해 마포, 용산 등 서울 도심권의 강북지역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

9·13 대책 중에서 집값 상승세를 돌려놓은 ‘신의 한 수’가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금융권 부동산전문가 입장에서 ‘전세자금대출 제한’을 꼽고 싶다.

물론 전세뿐만 아니라 무주택 또는 1주택자 중 실수요자에 한정하도록 한 주택구입자금대출 규제 강화도 투자 목적의 수요를 꽁꽁 묶은 배경이 됐지만,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는 시장에서도 쉽게 예상치 못한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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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이전 전세자금대출은 이른바 ‘갭투자’자들의 출구였다. 과거 전세자금대출은 소득이나 기존 대출 등의 여부에 관계없이 가능했다. 9·13 대책 이후엔 2주택 이상 소유자는 불가, 부부합산소득 1억원 이상 1주택자는 공적보증이 제한됨에 따라 투자 목적의 전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전세는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다. 집주인은 부족한 주택구입자금을 전세자금을 이용하여 무이자로 융통할 수 있고, 세입자는 매달 이자를 부담하는 것보다 주택의 절반가격 정도에 주택을 임차하는 것이 득이 되기 때문이다. 즉, 전세는 타인의 부동산을 사용하는 관계이면서 동시에 담보관계인, 부동산금융의 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전세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주택시장의 꾸준한 가격상승 때문이다.

지난 30여년간 서울 아파트가격이 연평균 6.4%의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투자자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활용돼왔다.

9·13 대책 이후에도 집값 안정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 않지만, 확실한 건 9·13 대책 이전과 이후 주택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전셋값이다.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와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본격화되었던 2016년 1분기 71%를 넘어섰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이달 7일 현재 55%로 하락했고 강남권은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2570만원이다. 전용 85㎡ 아파트 평균가를 8억5000만원이라 했을 때,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71%(전세가 6억원)일 경우 2억5000만원을 보태면 전세를 끼고 서울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었으나, 전세가율이 55%(4억7000만원)인 지금은 3억8000만원이 필요해진 셈이다.

매매가가 3.3㎡당 4680만원인 강남권 아파트(전용 85㎡)의 경우, 전세가율 45%(7억2000만원)를 대입하면 전세금보다 더 많은 8억8000만원을 보태야 매입이 가능하다.

부동산 114자료를 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적정 수요보다 5만2000가구를 웃돌아 2009년 이래 최다 수준이고, 2020년에도 4만1000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정세로 돌아선 전셋값 하락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입주 물량이 집중된 송파구와 강동구 등 서울 동남권은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 내년 집값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 확실한 건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전셋값 하락과, 이로 인한 서울 아파트 집값 약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상승하던 시기의 전세보증금이 ‘투자의 레버리지’였다면 전셋값 약세 시대의 전세보증금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빚’으로 부담이 될 공산이 커졌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겨울 날씨보다 더 차가운 이성을 발휘해야 하는 때이다.

안명숙 |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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