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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경남제약, 삼바에 비하면 조족지혈” 상장폐지 형평성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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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불만·항의 청원 쏟아져…“기업 규모에 따라서 살리고 죽이나”

거래소 “개선 노력 부진” 내달 8일까지 결론…경남제약, 오늘 입장 발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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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4조5000억원 분식회계(혐의)로 과징금 80억원을 받고도 거래(상장유지)가 되는데, 경남제약은 (49억여원 회계장부 조작으로) 과징금 4000만원을 받고 상장폐지가 된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는 상장유지를 결정하면서 같은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경남제약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며 투자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거래소는 현시점의 경영 불확실성 등을 따져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심위의 지난 14일 ‘경남제약 상장폐지 결정’에 항의하는 글들이 20건 넘게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경남제약은 삼성바이오에 비하면 ‘조족지혈’의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강소기업 경남제약 상장폐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에서 “한국거래소의 투자자 보호 없는 경남제약 상장폐지를 반대한다”고 썼다.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에도 경남제약 소액주주라고 밝힌 이들의 유사한 내용의 댓글들이 달렸다. 경남제약 주식은 소액주주 5252명이 808만여주를 보유(9월 말 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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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자들이 몰리면서 전송량이 초과해 접속이 불가능해진 경남제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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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 홈페이지는 기심위의 상장폐지 결정 이후 이날까지 접속자가 몰리면서 먹통이 됐다. 홈페이지에는 ‘저녁 12시(자정) 이후 일일 전송량이 자동으로 초기화되며 그 이후 다시 사이트에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만 떠 있다.

정치권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현 상근부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기심위의 결정에 많은 국민들은 회계조작으로 시장을 교란한 삼성바이오에 대한 판단과의 형평성 및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심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경남제약의 경영 투명성,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기심위는 앞서 경남제약의 재무제표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결과 매출액, 매출 채권 등의 허위 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지난 3월2일 공시한 바 있다. 증선위는 당시 경남제약에 과징금 4000만원을 매기고, 감사인 지정 3년, 검찰 고발 등의 조처를 내렸다. 이후 경남제약은 지금까지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의 경우 현시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된 반면, 경남제약은 지난 5월 기심위에서 ‘개선 기간 6개월’을 부여했으나 현재도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경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회사의 과징금 차이에 대해서도 “삼성바이오와 경남제약의 재무 규모 대비 과징금 부과 비율로 보면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거래소 기심위는 그러나 경남제약과 같은 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돼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돼 있던 삼성바이오에 대해서는 지난 10일 상장유지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이 22조원에 달하는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시 시장에 끼칠 충격을 감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증선위 결정에 대해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점도 거래소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상장폐지 이후 자칫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날 경우 당국 책임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상장 규정에 따라 15영업일 이내인 다음달 8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여부와 개선 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제약은 17일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손혁 계명대 교수(회계학)는 “상장 과정의 특혜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의 경우 기심위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경우, 자칫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과오를 시인하는 것은 물론 일관성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상장유지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기업 규모에 따라 살리고 죽이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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