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은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에게 더 무서운 것은 죽음이다. 기업이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외주화가 만연하면서 비정규직들이 죽어가고 있다. 2012~2016년 발생한 발전소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비정규직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2016년 산재 사망자 40명 가운데 37명(92%)이 하청 노동자였다. 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모군이나 고 김용균씨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하청은 위험을 외주화하고, 외주화는 죽음을 부른다. 태안화력 김씨의 사망은 ‘위험의 외주화’가 곧 ‘죽음의 외주화’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김씨의 죽음은 구의역 사고의 판박이이다. 태안 화력발전소는 지난 10월 컨베이어벨트, 비상정지장치, 작업장 통로 등에 대한 안전검사 결과 모든 항목에서 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두 달 뒤 김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부실한 안전검사가 아니라면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고 원인이라는 얘기다. 심야에 혼자 순찰 근무를 했던 김씨 옆에 동료 한 사람만 있었어도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그의 죽음은 비용절감을 위해 2인1조 체제를 운영하지 않은 하청업체의 위험한 경영이 부른 것이다.
잇단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가 주범이다. 구의역 사고 이후 국회에는 위험작업 하도급 금지와 안전의무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들이 제출됐다. 하청업체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처리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기업 이해 대변과 무관심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6일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원청 사업주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며 법·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국회는 당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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