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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키워드로 보는 2018 경제](1)로봇·인공지능 도입 업종 “일자리 잃을라”…제조업, 스마트공장 전환 “새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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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과 실업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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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제조·서비스·운송업계에서 두드러진 움직임은 ‘로봇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이다. 로봇과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기업들은 단순 직종을 중심으로 로봇을 도입하거나, ‘카카오 카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같은 기술혁신은 인건비 절감을 통해 비용과 가격을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빈부격차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술 발전과 실업은 올해 한국 경제의 화두(話頭)이기도 했다.

로봇카페·서빙봇·안내로봇 등

서비스·유통업 고용시장 타격


올 한 해 신기술 관련 뉴스가 줄을 이었다. 지난 1월 결제전문기업 다날은 로봇카페 ‘비트’를 선보였다. 면적 최대 6.6㎡에 높이 2m 정도인 투명부스 앞에서 결제를 하면 로봇이 그 자리에서 시간당 최대 90잔의 커피를 제조한다. 카페를 개업하려는 이의 입장으로 보면 임대료를 절약하고 바리스타 인건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레스토랑 서빙봇 ‘딜리 플레이트’를 지난여름 시범 운영했다. 최적 경로를 계산해 장애물을 피해 한 번에 최대 22㎏ 중량의 음식을 손님 테이블까지 옮기는 게 가능하다. 점원을 추가로 고용하지 않고도 매장 운영을 할 수 있다.

또 이마트는 최근 경기 의왕점에 매장 안내로봇 ‘트로이’를 도입했다. 구입하려는 물건의 위치 등을 알려주는 자율주행봇이다. 편의점업계는 무인 편의점 매장을 잇따라 선보였다. CU는 심야시간대인 새벽 1~7시에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매장에 AI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애고, 고객의 이상행동이 발견되면 경보를 울린다.

한국의 로봇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산업마케팅연구소가 내놓은 ‘2018 로봇산업 분야별 시장동향과 유망 기술 개발 및 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로봇시장 규모는 올해 9조1962억원으로 2016년 대비 28.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세계 로봇시장의 큰손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를 이르는 ‘로봇밀집도’에서 한국은 531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69)을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이고 2위 싱가포르(398)나 3위 일본(305)과도 차이가 크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이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IT 기업 카카오는 공유형 경제인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려다가 택시기사들의 분신 항의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혀 지난 13일 서비스 공식 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기사들은 카풀 서비스가 개인 자가용의 택시영업이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이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신기술이 전통적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부문이 그렇다. 지난해 온라인 판매액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고용시장이 타격을 입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온라인 거래 확대가 2014년 이후 도소매업 취업자 수를 연평균 약 1만6000명 감소시켰다고 추산했다. 올 상반기에만 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추정에는 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른 IT·물류 분야 취업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40년 전 대비 사라진 직업 1%뿐

“실직보다 창출 일자리가 많을 것”

독일, 스마트공장이 기회의 땅

한국도 2022년까지 3만개 구축


기술혁명에 따라 일부 일자리가 사라져도 또 다른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학계는 말한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4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직업이 컴퓨터의 영향을 받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직업을 비교해보면 사라진 직업은 1% 미만이다. 오히려 새로 생긴 직업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계’와 ‘알고리즘’이 기존 노동시장을 바꾸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가능하다면 기존의 예측 불가능하고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인간’ 노동력을 예측 가능하고 24시간 일할 수 있는 ‘기계’로 대체해 수익을 극대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유럽의 경제강국 독일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2011년부터 기존 전통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공장’을 짓는 ‘제조업 4.0’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공장설비 관리, 프로그래머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최대 8억명이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지만 8억90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3일 한국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구축하고 10개의 스마트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총 6만6000명의 일자리 창출, 18조원의 매출 증가와 함께 산재 감소와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확산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발전과 신기술 접목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할지, 사람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안락한 생활의 기반이 될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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