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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삼바-경남제약, 상폐 길목서 운명 가른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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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소액주주 5000여명 형평성 문제제기…거래소 "경영권 분쟁·투명성 미흡 원인…삼바와 달라"]

비타민C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한국거래소에서는 '경영 투명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기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현재 진행형인 경남제약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1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4일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 심의 결과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남제약은 지난 3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결과, 매출 채권 허위 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적발돼 과징금 4000만원, 감사인 지정 3년,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받았다. 이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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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새 대표 2번 교체..개선계획도 미흡=
한류 열풍 속에 '레모나'를 중국에 수출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던 경남제약이 상폐 위기에 놓인 것은 경영권 분쟁과 미흡한 대처 탓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상폐를 결정할 때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투자자 보호, 경영 투명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남제약은 똑같이 회계처리 위반으로 증선위의 지적을 받았고, 거래소에서도 경영 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대처법이 두 회사 명암을 갈랐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남제약은 지난 5월 기심위에서 개선기간을 6개월 부여했는데도 경영진 투명성이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극심한 경영권 분쟁과 무관치 않다. 경남제약은 최근 3개월 사이 대표가 2번, 최대주주가 1번 바뀌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발단은 2007년 경남제약을 인수한 이희철 전 대표가 2014년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확정받으면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횡령·사기 등의 죄로 3년형을 확정받았다.

이에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를 상대로 16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이 전 대표는 부인 명의의 지분 13.7%를 자신의 몫으로 전환,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 탈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 경영진이 제3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대주주에 마일스톤KN펀드를 유치하면서 시도가 무산됐다.

새로운 최대주주도 논란거리다. 경남제약 노조는 마일스톤KN펀드의 자본 투명성을 의심하며 금융당국에 자본 출처 조사를 요청했고, 거래소도 신규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투명성 및 건전성을 집중해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남제약 측은 6개월의 개선기간에도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소에서 지적한 경영 투명성 측면을 보강하기 위해 감사 기능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포함한 개선계획을 제출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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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 홈페이지. 트래픽 폭주로 차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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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는 여전=다만 이번 기심위 결정으로 경남제약이 바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15영업일 이내인 내년 1월8일 전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폐와 개선 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한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유예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도 이달 3일 상장폐지가 결정됐는데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조건부 유예한 바 있다.

거래소는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경영포기 등 경영 개선 조치를 전제로 4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개선기간 종료일로부터 7영업일 내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또다시 상폐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경남제약 역시 이번에 미흡했던 경영진 투명성 여부에 대해 자료를 보완, 강력한 개선 계획을 내놓는다면 상폐가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리매매 등 상폐 절차를 밟게 된다. 상폐가 되더라도 기업은 비상장사로서 존속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남제약 측이 이번 기심위를 통해 위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위원들 질의사항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제약 관계자는 "오는 17일 회의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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