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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증시寒담] 희망퇴직, 사옥매각…뒤숭숭한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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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A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상사가 희망퇴직을 신청했는데, 그걸 보는 제 마음이 뒤숭숭합니다."(KB투자증권 관계자)

연말 증시 상승을 뜻하는 산타랠리마저 실종된 여의도 증권가가 뒤숭숭합니다. 내년도 증시나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업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사 시즌을 맞이한 증권사들은 저마다 증권업황 혹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 곳은 KB증권입니다. KB증권은 75년생 이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료나 상사가 희망퇴직자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바라봐야하는 KB증권 직원들의 마음은 좋지 않습니다.

조선비즈



조선비즈DB
KB증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이 꽤나 좋다고 하니 축하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건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KB증권 관계자는 "이것 저것 합하면 5억원 정도 수령받는 사람이 있는데, 한번에 이런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도 이번 뿐이라 희망퇴직이 고민됐다"고 말했습니다. KB증권은 근속연수와 연령에 따라 27~31개월치의 급여와 퇴직금을 주고 생활지원금과 전직지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별도 지급할 계획입니다.

KB증권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006800)입니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라는 미래에셋대우 노조 측과 희망퇴직은 없다는 회사 측의 대립이 여전합니다.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이후 점포 통폐합을 추진해왔습니다. 올 들어서만 약 20개의 점포를 통폐합했고, 전체 임직원 수는 100여명 이상 줄었습니다. 이에 노조는 "앞으로 점포 30%를 감축한다고 회사 측에서 통보를 해왔다"며 "그럴 것이라면 희망퇴직이라도 실시해달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는 노사 협상테이블에도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고연봉 계약직이 많았던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걱정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것도 옛말입니다. 최근 한 리서치센터장은 "수요가 적은 상태에서 애널리스트 수나 리치센터의 규모 등 공급은 많은 상황이라 내년 인원 감축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최근 리서치센터와 투자전략센터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파에 대비해 사옥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본효율성을 높이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최근 서울 여의도 1·2사옥을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마스턴투자운용에 각각 매각하고 IFC와 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옥 매각으로 1000억원 대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NH투자증권(005940)도 사옥을 매각하기 위해 부동산운용사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상황입니다.

국내 소형 증권사의 한 대표이사는 "내년에 어려울 것을 대비해서 회사는 준비에 나설 수 밖에 없고, 그걸 계획대로 실행해야 하는 마음도 불편하다"면서 "다들 큰 마음의 상처 없이 혹한기를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14일 금요일 밤 여의도 증권가, 평소 증권맨으로 붐비던 족발집이나 맥주집은 예년과 다르게 한산했습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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