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6 (목)

"‘인도적 체류 불허’에 행정소송 인정" 법원 첫 판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원 "난민 인정 안되지만 고문위험 보호의무 있어"

난민의 '인도적 체류 허가' 심사한 첫 사법 사례

뉴스1

한 외국인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18.9.1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내전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한 중동인에 대해 법원이 난민 지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인도적으로 체류가 허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신청인이 소송으로 다툴 수 없었던 인도적 체류 허가에 대해 법원이 심사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A씨가 서울출입국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중동의 한 국가 국적인인 A씨는 2016년 단기방문 체류 자격으로 입국한 후 당국에 난민을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있는 공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됐다.

이에 A씨는 "현재 고국은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벌어진 내전으로 아주 위험하다"며 "돌아가게 되면 정부군에 징집돼 전쟁에 참여해 죽을 수도 있으니 난민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우선 서울출입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고국에 돌아가면 고문 등의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생명·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기에 인도적 체류 허가가 내려져야 한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인도적 체류 허가는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허가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법률 관계에 변동이 생긴다"며 "A씨처럼 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구할 신청권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난민법에선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며 "고문을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한 당사국의 보호 의무를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이런 인도적 체류가 허가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해당 국가는 현재 내전 중이라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허가 사유로 인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난민 당국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하지 않을 경우 신청자는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없어, 당국의 자의적 결정에 대해 사법심사를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당국의 인도적 체류 불허가 행정소송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