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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갑부 딸 vs 보통사람 딸의 결혼비용은?…"평균 2억원 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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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46>부모가 마련해야 하는 자녀의 결혼비용…'신혼집 비용이 곧 결혼비용'인 한국

머니투데이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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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 갑부 가문인 인도의 암바니(Ambani) 가문의 딸이 지난 12일 초호화 결혼식을 올리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혼식이 사전 이벤트를 포함해 일주일 내내 진행되자 블룸버그는 결혼식 비용만 1억 달러(113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는 1500만 달러(170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또 다른 계산을 내놓았다.

신부의 아버지인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는 인도 최대 재벌로 그 재산이 427억 달러(48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Bloomberg Billionaires Index)는 추산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은 전 세계 갑부 순위 16위에 올라 있다. 현재 전 세계 갑부 순위 1위에서 16위까지 미국인 아닌 사람이 겨우 5명 뿐인 점을 감안하면 암바니 회장이 지구상에서 어느 정도 갑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 최고 갑부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153억 달러(17조3000억원)의 재산으로 62위에 올라 있다.

이처럼 아시아 최고 갑부이다 보니 딸의 결혼식 또한 초호화판으로 진행되는 게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인도의 전통과 문화에서는 화려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게 비난받을 일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이 아닌 인도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수백·수천억원이 들든 솔직히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어차피 영화와 같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친구나 지인의 딸(아들)이 화려한 결혼식을 치른다든지 훌륭한 신랑(부)감을 구했다든지 하는 게 부러운 거지, 멀리 떨어진 나라의 갑부 딸의 결혼식은 하나도 부럽지 않고 배가 아프지도 않다.

다만 인도 갑부 딸의 결혼식은 현재 대학 재학중인 아들과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딸이 있는 한국의 보통사람인 필자에게 앞으로 있을 자녀의 결혼식 비용을 지금부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한국의 보통사람의 자녀의 결혼비용은 얼마나 들까? 웨딩컨설팅 회사인 듀오웨드는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결혼비용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 2월에 발표된 ‘2018년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평균 결혼비용은 2억3085만원이었다.

이 비용에는 신혼주택 자금으로 1억6791만원이 포함돼 있고 신혼집을 제외한 결혼비용은 6294만원이었다.

보통 신혼주택은 남자쪽에서 부담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 보고서에서 따르면 신랑과 신부가 결혼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고 밝힌 답변이 22.8%로 가장 많았다. 전체 결혼비용 가운데 신혼주택 자금 비중이 약 73%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신혼주택을 마련할 때도 신부쪽이 일부 부담하는 추세가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6:4의 비율로 신부가 결혼비용을 더 많이 부담한다는 답변도 13.8%나 달했다.

인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신부측에서 모든 결혼식 비용(신혼주택 제외)을 전부 책임지는 게 풍습이지만 최근엔 절반씩 부담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는 외신 기사도 나와 있다.

절반씩 부담을 하든 아니면 6:4 혹은 4:6의 비율로 부담하든 자녀의 결혼식 비용은 어차피 부모가 책임지는 게 한국이나 인도의 전통적인 관습이다. 최근엔 부모의 도움 없이 신랑신부가 자신들의 예산에 맞춰 조촐하게 진행하는 스몰웨딩이 유행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올해 평균 결혼비용이 2억3000만원가량 든다면, 필자의 아들이나 딸이 앞으로 10년이나 15년 후에 결혼을 한다고 가정할 때쯤엔 결혼비용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들까?

매년 물가상승률을 2%로 가정하면 10년 후엔 평균 결혼비용이 2억8000만원으로 올라간다. 필자의 자녀가 15년 후에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비용은 3억원을 훌쩍 넘는다. 매년 물가상승률이 3%이라면 10년 뒤엔 결혼비용이 3억1000만원 정도하고 15년 후엔 3억6000만원에 달한다. 필자에겐 아들과 딸이 있으니 결혼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더라도 10년, 15년 후엔 두 자녀의 결혼비용으로 도합 3억원이 넘게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에선 결혼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신혼집 자금이다. 듀오웨드의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집 비용은 평균적으로 전체 결혼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한국에선 '신혼집 비용이 곧 결혼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혼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신혼집 형태는 아파트(60.2%)로 오피스텔(원룸)은 겨우 2.9%가 원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결혼비용 보고서에서 조사된 평균 신혼주택 비용 1억6791만원으로는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를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형 아파트 전세도 이 금액으로는 얼토당토하다. 수도권을 벗어나 경기도 화성시나 평택시 정도로 내려가야 소형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결국 결혼비용 보고서에서 평균 결혼비용이 2억3000만원가량 든다고 조사됐지만 실제로 자녀의 신혼집을 마련해 주려면 수억원의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게다가 한국의 집값은 올라가는 일은 있어도 결코 떨어지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15년 후에 필자의 자녀가 결혼을 할 때쯤 신혼집 마련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는 아찔한 계산이 나온다.

아시아 최대 갑부 딸의 초호화판 결혼식을 보면서 한국의 보통사람 50대 가장 가운데 필자와 같이 앞으로 있을 자녀의 결혼식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한 보통 아빠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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