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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월세 밀려도 떡 나누고, 지원물품 없으면 내집 것 퍼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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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 독거노인 찾는 우리동네 삼각편대 동행

구로·금천구 '찾동' 공무원·주민·상인 따뜻한 연말

뉴스1

김성은 구로5동 주무관(사회복지공무원)과 임영자 구로5동 간호사가 지역의 한 독거노인 세대를 방문해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 2018.12.1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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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지난 13일 방문한 고옥자(가명·서울 구로구·74) 할머니의 단칸방은 추웠다. 밖의 온도는 영하 4도로 한겨울 강추위와 비교하면 아직 버틸만 한 날씨였지만, 고씨 할머니가 사는 방안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가스비를 아끼려는지 침대 위에는 텐트가 쳐져있다. 고 할머니 역시 방안에서도 두꺼운 점퍼를 입은 모습이었다.

고 할머니 댁을 찾은 김성은 구로5동 주무관(사회복지공무원)과 임영자 구로5동 간호사의 걱정어린 '타박'이 곧바로 시작됐다. "그래도 보일러를 조금 켜세요. 방이 너무 냉골이네. 에너지바우처(겨울철 난방비 지원 정책)도 될텐데, 너무 춥게 사시면 아파서 안돼요".

고 할머니는 젊은 시절 아들과 딸이 갓난아기 때 모두 사망했고 30대에 남편과 사별한 독거노인이다. 20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돼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한달에 약 6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생활한다. LH로부터 대출받은 전세 이자 13만원을 내면 한달 생활이 빠듯하다.

김 주무관은 쌀, 설탕, 간장 등이 담긴 식료품 꾸러미를 거실에 놓고 집안 이곳 저곳에 문제가 없는지 눈으로 살폈다. 임 간호사는 고 할머니의 혈압과 당수치 검사를 했다. 이들은 검사를 마친 후에도 고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계속했다.

다른 집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그때서야 고 할머니가 "내 정신 좀 봐, 커피 물 올려뒀는데 타주지를 못했네"라며 주방으로 가려고 한다. 김 주무관과 임 간호사는 고 할머니를 연신 말리며 집밖으로 나왔다. 고 할머니는 "전화 한번씩 해주는 것도 고맙고 와서 친구해주는 것도 엄청 고맙지. 살아가는데 도움이 돼줘서 감사해"라며 이들을 배웅했다.

◇'찾동' 공무원·간호사의 바쁜 연말…"독거노인은 '미래의 나'"

연말이 되면 김 주무관과 임 간호사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동사무소에 들어오는 후원물품을 나눠 독거노인과 소외계층에 전달해야 하고, 한파로 인해 혹시라도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노인들을 챙겨야 한다.

김 주무관은 구로5동에서 근무하는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무원, 임 간호사도 같은 동 보건소 소속의 '찾동' 간호사다. 찾동은 2014년 서울시가 '송파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2015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복지서비스다. 동주민센터가 주민의 복지서비스 신청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찾아내 복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구로5동에만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이 111명에 이른다. 김 주무관과 임 간호사는 짝을 이뤄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을 관리한다. 매주 2~3번의 안부전화는 물론, 주 1회 이상 이들을 방문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간단한 건강 검사를 한다.

김 주무관은 "그래도 요즘에는 예전 판자촌 같은 복지 사각지대가 많이 줄어 다행"이라며 "저소득층임에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발굴해서 최대한 지원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간호사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치매 등을 앓고 있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도 독거노인 자체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그 분들이 미래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돌봐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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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독산3동 통통희망나래단. 2018.12.15/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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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독거노인 말 벗·상인, 물품 후원도…"어렵지만 돕고 살아야"

14일 만난 민순희 금천구 독산3동 주무관 역시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찾동 간호사와 함께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지원받은 생필품을 전달하고 건강을 살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주민 한명이 새롭게 일행에 합류했다. 2012년부터 벌써 6년째 '통통희망나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차은숙씨(50)다. 통통희망나래단은 순수 주민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로, 서울시 '우리동네 돌봄단'의 모태다. 독산3동에는 통통나래단 자원봉사자 8명이 일손이 부족한 사회복지공무원들을 도와 98가구의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을 방문하고 있다.

민 주무관과 차씨는 독산3동에 있는 남문시장을 방문해 한 떡집으로 들어갔다. 젊은 떡집 사장이 반갑게 이들을 맞는다. 이 가게는 일주일에 두 팩씩 갓 만든 떡을 통통희망나래단에 지원하는 '나눔가게'다.

차씨는 "본인 가게 월세도 밀려있는데 매주 떡을 지원해 줘서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름을 밝히길 한사코 거절한 사장 역시 "어려운 형편이라 많이는 못 도와드리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한다"며 이들을 배웅했다.

이런 식으로 통통희망나래단을 지원하는 가게만 독산3동에 50여곳에 이른다. 민 주무관은 "두부 한두모, 떡 한두팩 등 작지만 매주 꾸준히 지원을 해주시는 상인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요즘 경기가 어려워 상인들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 어려움을 겪으시면서도 다른 분들을 위해 꾸준히 지원을 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렇게 나눔가게에서 물품을 지원받아 1인당 10가구를 일주일에 2~3번씩 방문한다"며 "(지원물품이)없으면 우리집 것을 퍼다드린다는 마음으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 주무관과 차씨는 이날 받은 떡을 이모씨(67) 집에 방문해 전달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이씨는 "이렇게 방문해서 챙겨주고 말동무도 해줘서 정말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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