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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빨간날]기부도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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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기부의 계절-②]한파·불경기에 기부 필요성 강조…기부과정 전반을 신중하게 살핀 후 기부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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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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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는 사회적 효과를 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소비자이자, 직접 투자자다. (중략) 선한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면 당신의 만 원을 '잘' 내야 한다.(김종빈 '당신의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습니까' 中)


한파와 불경기 속에서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기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이나 물건을 냈다고 해서 기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작은 정성이라도 '잘' 전달해야 비로소 기부가 완성된다.

◇기부상자 속 쓰레기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사회자원을 재분배하는 기부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다. 자신이 가꾼 재능을 전하거나 직접 땀을 흘리는 봉사활동을 비롯, 여러가지 기부형태가 있다. 이 중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부 방법은 금전적 기부와 물건을 선물하는 물품기증이다. 특히 물품기증은 자신이 아껴 썼지만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손때 묻은 물건을 필요한 이웃에게 '나눔'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부 행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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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가 이들이 기증한 물품의 모습. /사진= 아름다운가게 SNS 페이스북


직장인 이재영씨(27)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지 않는 옷을 골라 상자에 담는다. 기부단체를 통해 기증하기 위해서다. 지난주에도 맞지 않거나 잘 입지 않는 옷을 모아 보냈다. 이씨는 "아끼던 옷들을 깨끗하게 세탁해 기부하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정확히 누구에게 전달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름다운 세상만들기에 사용하겠다'라는 메시지와 기부영수증을 받으면 무척 보람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씨같지는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버려야 할 쓰레기를 기증하는 사람도 많아 나눔의 의미가 퇴색될 때가 많다. 지난 10일 권태경 아름다운가게 간사가 라디오에 출연해 어려움을 토로한 이유다. 권 간사는 해당 방송에서 "(물품) 10개를 받으면 7개를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권 간사에 따르면 누렇게 된 속옷이나 겨드랑이에 땀이 찬 옷은 물론, 기름때가 씻기지도 않는 에어프라이기가 들어오기도 한다.

실제 아름다운가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온 기부 물품은 무려 2000만점이 넘지만, 이 중 67%(약 1천460여만점)가 쓰이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폐기해야 할만 한 물건은 기부 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대체로 기부의식이 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권 간사는 "내 친구, 가족에게 줄 수 있는 물건을 보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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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재영씨(27)가 아름다운가게에 물품 기부 후 받은 메시지. /사진= 유승목 기자


◇깜깜이 기부도 그만

물품기증을 할 때 이웃이 쓸 수 있는 물건을 건네야 하는 것처럼, 금전적 기부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내가 내민 기부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깜깜이 기부'를 하고 있어 건전한 기부문화 확산을 막는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 12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 따르면 53.3%가 기부 경험이 있고, 연 평균 38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다. 하지만 기부자 중 61.7%가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라는 목적 자체와 기부금을 내는 단체·프로그램이 영리 목적이 아닌 사회적 효과를 의도하기 때문에 막연히 좋은 일에 쓰일 것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종빈 CSR(기업사회공헌) 포럼 총괄 간사는 저서 '당신의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습니까'에서 "'좋은 일'이라는 점 때문에 단체와 프로그램이 미숙하고 실수나 잘못이 있더라도 (기부자들이) 관용을 베풀고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나 소외 아동·청소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5만명의 기부자에게 128억원을 받아 챙긴 '새희망씨앗' 사건처럼 기부금을 횡령·유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는 기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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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후원을 받고 있는 한 사회복지단체가 매달 후원자에게 보내는 사용내역 메시지. /사진= 유승목 기자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 사회복지 단체에 정기 후원 중인 직장인 윤모씨(28)는 오랫동안 단체의 활동을 지켜본 뒤 기부를 결정했다. 윤씨는 "대학시절 해당 단체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많아 기부를 결정했다"며 "매달 후원금 사용내역을 확인하면 내가 낸 돈이 잘 쓰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해당 단체도 감시자가 있으니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한국 기부시장이 소수단체 쏠림이 크기 때문에 기부단체를 비롯, 기부과정 전반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익법인을 감시하는 '한국 가이드 스타'에서 단체의 재정 투명성 등을 평가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김종빈 CSR 포럼 총괄 간사는 "기부는 자원의 '치료적 미세 분배' 기능을 담당한다"며 "위기의 순간, 가장 빠르게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에 근거한 직접 참여가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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