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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실세 비리 보고했다 징계…우윤근 의혹 '제2 박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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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 비위 의혹은 박근혜 청와대를 뒤흔든 ‘박관천 사건’과 묘하게 닮았다. 시기적으로 두 사건 모두 집권 2년차에 터졌을 뿐 아니라 사건의 발단 및 진행 상황도 비슷하다.

①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휘하는 곳에서 ②파견 나온 수사관이 당시 여권 실세를 조사하다 ③결국 해당 의혹 문건이 언론을 통해 터졌고 ④청와대 반박 등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제2의 박관천 사건이 터진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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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경정이 2014년12월4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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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발화점=박관천 사건은 2014년 11월28일,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에서 작성한 ‘감찰보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정윤회씨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주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및 정부 내부 현안을 보고 받고 인사 등 동향을 논의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청와대는 문건 내용을 부인하며,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면서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로 다수의 청와대 보고서를 빼돌렸다는 데 공격의 포인트를 뒀다.

이번 사건도 비슷하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다 비위 연루 정황이 포착돼 검찰로 복귀 조치된 김모 수사관이 14일 자신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 청와대 상부에 보고했으나 이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징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9월 우 대사가 사업가 J회장으로부터 조카 취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감찰보고서를 작성해 조국 민정수석 등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 수사관이 사적인 사건을 경찰에 문의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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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재외 공관장 만찬에서 대화 중인 우윤근 주러대사(가운데), 노영민 주중대사(왼쪽)와 조윤제 주미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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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듯 닮은 대통령 반응= 박관천 사건은 당시 파문이 계속되자 당시(2014년 12월7일) 박근혜 대통령은 “찌라시 같은 이야기에 나라가 흔들리는 게 부끄럽다”며 “흔들리지 말고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정윤회씨와 3인방이 교체를 도모했다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문건에 대해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서 묵살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초기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말 사건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일부 특감반원이 사적인 사건을 경찰에 문의하고, 여러 명이 부적절한 골프 회동을 벌인 정황이 있다며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했다. 이후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경질론이 불거진 조국 수석에게 “공직기강 확립 강화”를 지시하며 더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대검 감찰본부 조사결과가 나오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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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충남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부터) 등이 회의장에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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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결말은=박관천 경정이 가지고 나온 ‘십상시’ 문건은 수사까지 갔지만, 검찰은 “해당 문건은 허위”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과정에서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를 받아온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정윤회씨 배우자였던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것이 드러나며 국정농단 사태로 확대되며 ‘박관천 문건’의 존재가 다시 주목받았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진 청와대 파견 수사관들의 비위 의혹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김 수사관의 폭로로 검찰 수사 역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김 수사관은 “여당 출신 인사 중 고위공직자나 공공기관장 및 임원에 대한 감찰보고서를 다수 작성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또 “민정수석은 사실을 알고도 감사를 무마한 것이며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라는 직무를 고의로 유기했다”며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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