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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정부 "지난달 취업자 큰 폭으로 증가"…일자리의 질은?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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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는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취업자가 10만명 이상 증가한 것도 7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물론 겉보기엔 고용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가 9만1000명,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종사자가 6만9000명 각각 줄었습니다.

조선·자동차·해운산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가 남아있고, 경기여건도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고용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취업자가 비교적 많이 늘어난 것도 정부의 단기 공공일자리 예산 집행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10월 하순 겨울을 앞두고 어려운 고용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고용상황을 개선하려면 고용악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구조적·경기적·정책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세밀하게 점검해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경기적 요인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겠으나 정책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것들은 풀어줘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내년에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것은 일단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최저임금이라는 중요한 정책변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고,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개선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미 결정돼 바꿀 수 없는 만큼 내후년 최저임금이라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을 업종별로 정확히 진단하고, 시장의 수용성도 참작해야 한다며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꼼꼼히 체크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지난달 취업자가 10개월 만에 최대폭 늘어났지만, 일자리의 질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업자는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정보통신업, 공공행정 등 서비스업과 농림어업, 건설업에서 집중적으로 늘었고,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는 감소세가 축소됐습니다.

하지만 주력으로 볼 수 있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은 확대됐고, 3040대 취업자는 감소 행진을 이어간 만큼 고용상황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입니다.

정부가 겨울을 앞두고 어려운 고용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말까지 만들기로 한 단기 공공일자리(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 등 공공일자리 확대에 따른 일시적 회복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5000명 증가했습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1월 33만4000명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에 1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저점이었던 8월의 취업자 증가폭 3000명의 55배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6만4000명), 정보통신업(8만7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3만2000명) 등 서비스업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농림어업(8만4000명), 건설업(7만3000명) 취업자도 증가했습니다.

1년 전 대비 취업자는 정보통신업에서 11.2%,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8.2%, 농림어업에서 6.2%, 건설업에서 3.6%,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에서 2.9% 각각 늘었습니다.

이들 업종의 취업자 증가폭은 전달보다도 확대됐습니다. 농림어업에서 2만7000명, 건설업은 1만3000명, 정보통신업은 6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5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1000명 각각 늘었습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각각 6만9000명과 5만9000명 줄어드는 데 그쳐 전달의 감소 폭 10만명과 9만7000명에 비해 감소 폭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10월부터 급증했고, 소매업에서 행사가 많았던 게 감소 폭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당국은 분석했습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용 동향은 한 달 반짝 증가한 것에 대해 일희일비할 수는 없지만, 반가운 소식은 맞다"면서도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취업자 급증, 반짝 회복세일까?

지난 10월24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대책에 따라 연말까지 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확대하기로 한 데 따른 '반짝' 회복세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부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공행정과 보건복지 취업자는 10월 대비 조금 개선됐지만, 크게 좋아지지는 않은 만큼 10.24(단기일자리) 대책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주력산업인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고,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취업자 감소 행진도 이어지고 있어 고용상황의 구조적 호전이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11월 제조업 취업자는 9만1000명 줄었습니다. 감소폭은 전달(4만5000명)의 2배로 커졌습니다.

통계청은 "전기장비나 자동차, 전자부품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면서 "11월 수출실적은 증가했지만 폭이 둔화했고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공장 증설과 취업자가 급증했던 기저효과 등으로 전자부품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줄어든 게 감소 폭이 확대한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3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8000명, 40대는 12만9000명 줄어들었습니다. 30대는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째, 40대는 2015년 11월 이후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들 연령대의 인구가 줄고 있는 구조적 영향도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세계일보

전문가들은 11월 취업자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재정정책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다, 제조업은 늘지 않은 만큼 고용상황의 구조적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고용의 양은 회복되고 있지만, 질은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동향을 보면 고용의 양은 조금씩 회복하는 모양새"라면서도 "단시간 근로가 많이 늘고 있는 등 고용의 질은 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업자 숫자가 좋아져 그 자체는 안심된다고 하지만, 거시지표가 개선되거나 노동수요가 증가하는 모양새는 아니다"라면서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용의 양 회복세…질은 되레 악화

자유한국당은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 동향에서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이 확대되고 실업자 수가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점에 주목하며, 새로 출범한 2기 경제팀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다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고용 악화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때문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요구했습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논평에서 "제조업 등의 근로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대폭 줄었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영향이 크다"며 "2기 경제팀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1월 고용 동향에서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 만에 10만명을 넘어섰으나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이 확대됐다"며 "청년의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지표도 통계작성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고, 공적 일자리인 보건·복지나 공공행정 분야 취업자가 늘어난 영향이 커서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9% 인상되면 고용시장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지금이라도 기업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세금 내는 제조업 일자리 등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세금 쓰는 단기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 참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세금 내는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취업자가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대해서도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확대를 통한 일자리 통계 분식 효과일 뿐"이라며 "숫자 놀음을 위한 단기, 초단기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에서 손을 떼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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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일부 일자리의 질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내년부터는 일자리 문제에 확실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2019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적어도 고용 문제에 있어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엄중한 평가"라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표로도 작년보다 올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숫자가 굉장히 준 게 사실이고, 물론 정책이 성과를 제대로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국민은 사는 게 힘들기에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정부는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이제 성과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 "혁신은 사람을 혁신하고 혁신적인 인재를 기르는 것이며, 그것은 고용노동부의 의무"라며 "임금 양극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정규직 간 차별 해소, 노동시간 단축,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이 다 포용 국가에 포함되는 과제이고, 그 일을 담당하는 부처가 고용노동부"라고 말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세금 내는 일자리'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

한편 육아휴직 활성화로 부모의 자녀 돌봄을 제도화하려면 '부모보험'을 새로 도입해 양육 초기에 필요한 소득과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왔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행한 부모보험 도입방안 보고서에서 현재의 고용보험체계로는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육아휴직은 2001년 고용보험으로 유급화된 이래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고용보험 미가입자인 자영업자와 실업자는 혜택을 보지 못하고, 고용 안정성에 따라 이용률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등 보편적인 가족제도로 정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육아휴직급여도 미흡한 수준입니다. 급여액은 하한 70만원, 상한 150만원 이내에서 휴직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기간은 40%를 줍니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휴직자가 남성의 6.5배에 달해 육아분담 불평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재원인 고용보험기금도 육아휴직 지원액 급증과 실업급여·고용안정사업 확대로 지속가능성이 저하된 상태입니다.

보고서는 "육아휴직 활성화 필요성은 커지는데 고용보험체계에 기반한 대응능력은 역부족인 상태"라며 "별도의 부모보험 도입으로 육아휴직을 양육초기 보편적인 가족지원 정책으로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가 제시한 부모보험 도입방안에 따르면, 수급자격은 직업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출산 혹은 입양을 통해 자녀를 갖게 된 부모 혹은 양육자에게 있습니다.

급여는 한 자녀당 부부가 각각 1년 이내로 받고, 급여액은 통상임금의 80%를 첫 9개월간 지급하되, 액수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중위소득을 넘는 경우에는 중위소득을 상한으로 하고, 최저보장수준보다 적은 경우에는 최저보장수준을 하한으로 합니다. 나머지 3개월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최저보장수준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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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내년 기준 상한액(2인가구 중위소득)은 290만6528원, 하한액은 87만1958원으로 현재보다 급여 수준이 크게 올라갑니다. 부부가 균등하게 각각 9개월 이상 휴직을 한 경우나 단독 양육자에게는 급여에서 인센티브를 줍니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기존 고용보험기금과는 분리된 부모보험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위해 부모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부모보험료 징수는 수급대상의 포괄성과 소득비례 보험료 부과를 구현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장기요양보험료의 징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스웨덴 등에서 도입한 부모보험을 검토해왔으나, 지난 7일 발표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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