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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망한다고 말려도… 남들과 반대로 가며 회사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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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브클리코 비즈니스 우먼賞 받은 화장품 회사 '클리오' 한현옥 대표

1993년 창업, 年수출 700억 규모로 "25년간 일과 아이만 보고 살았죠"

"주변에서 '너 그러다 쫄딱 망한다'고 말린 게 한두 번이 아녔어요. 아이섀도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때 다른 회사 보다 비싼 섀도를 내놔 그해 300% 성장을 찍었죠. 다들 시장의 수요를 봐가면서 물건을 만들 때 저흰 반대였어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 수요를 창출해낸 거죠."

14일 화장품 회사 '클리오'의 한현옥(58) 대표가 이렇게 말하자, 프랑스 유명 샴페인 회사 '뵈브 클리코'의 장 마크 갈로(54) 사장이 응수했다. "한 번에 두 걸음 나아갈 수 있다면 한 걸음만 움직여선 안 되는 거죠!"

'클리오'의 한현옥 대표는 이날 국내에선 처음으로 '뵈브 클리코 비즈니스 우먼 어워드'상(賞)을 받았다. 이 상은 뵈브 클리코가 1972년부터 전 세계 여성 기업인 중 혁신적인 업적을 이뤄낸 이들에게 주는 상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15개국의 360여 명이 이 상을 받았다. 뵈브 클리코가 여성 기업인에게 상을 주는 이유는, 이 회사가 근대 최초의 여성 기업인 중 한 명인 마담 클리코 퐁사르당(1777~1866)이 일군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은행 계좌조차 열 수 없었던 1805년 프랑스 출신 마담 클리코 퐁사르당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직접 회사를 운영했다. 최초의 '블렌딩 로제 샴페인'을 개발했고, 전쟁 중에도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했다. '뵈브'는 '미망인'이란 뜻이다.

조선일보

‘클리오’의 한현옥(왼쪽) 대표가 14일 뵈브 클리코 장 마크 갈로 사장으로부터 상패를 받고 활짝 웃었다. 한 대표 손에 들린 은빛 샴페인 병은 뵈브 클리코가 이날 시상식을 위해 특별 제작한 상패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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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옥 대표는 "처음에 내게 '상 주겠다'고 연락이 왔을 때 '나를 어떻게 아시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워킹맘인 저는 모임도 잘 못 나갔고 네트워크도 없어요. 종일 일하다 저녁에 짬 나면 집에 달려가 딸아이와 밥 먹기도 바빴으니까요. 회사와 아이, 둘밖에 몰랐던 25년이었죠."

1993년 33살 나이에 '클리오상사'를 설립해 국내 색조화장품 회사를 시작했다. 초창기엔 해외 생산에 의존했으나 국내 협력업체들과 공동 개발을 시작했고, 20여 년 만에 중국·일본·동남아·미국 등에 연간 700억원가량의 물품을 수출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올해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가 광장시장에서 옷감을 파셨다. 없는 살림에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세금 많이 내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했고 1남6녀를 키우면서 '너희 결혼할 때 예단은 못해줘도 공부만큼은 끝까지 시킨다'고도 했다. 내가 창업하겠다고 했을 때도 '무조건 잘할 거다'고 하셨다. 그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실패도 많았다. 어떨 땐 너무 앞선 제품을 내놔 안 팔렸고, IMF 같은 금융 위기에 휘청거리기도 했다. 한 대표는 "돌아보면 위기가 결국 기회였다"고 했다. 평소 신의를 쌓은 덕에 금융 위기 때도 외국 거래처는 그가 대금을 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줬다. 화장품 전문점이 몰락했을 땐 '올리브영' '왓슨스' 같은 약국형 화장품 매장과 마트에서 판로를 새로 개척했다. 한 대표는 "마담 뵈브 클리코처럼 우리도 담대한 마음으로 위기를 돌파했다"고 했다. 장 마크 갈로 사장이 응답했다. "놀라운 여성, 놀라운 용기, 놀라운 기업!"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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