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을 하던 파도가
발자국을 씻어준다
씻은 것들을 곱게 펴서
때 묻은 맨발에 신겨준다
들것이 도착한 다음에도 하얗게
하반신을 뽐내는 투신
출생지의 맞춤과는 달랐지만
앞코의 물광은 여전했다
햇살이 구경꾼을 비집고 한 번씩
새 신을 샀다고 한 번씩
밟아보잔다
-신작시집 ‘소피아 로렌의 시간’(문학과지성사)에서
◆ 기혁 시인 약력
△1979년 경남 진주 출생 △2010년 ‘시인세계’ 신인상 시 부문,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등단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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