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금세기 최악의 비극' 예멘 내전, 4년만에 총성 멎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반군, 최대 격전지 일단 휴전… 병력 철수, 포로 1만5000명 교환

외국軍 철수 놓고 맞서 불씨 여전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13일(현지 시각) 최대 격전지 호데이다 지역에 대한 휴전에 합의했다. '현존 인류 최악의 비극'으로 불리는 예멘 내전이 발발 4년 만에 일단락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로 평가된다.

정부와 반군은 이날 스웨덴에서 UN 주재로 열린 평화회담에서 호데이다에서 21일 내 양측 병력을 모두 철수하고, 공동 경비하에 호데이다항(港)을 열어 외부 원조를 받아들이며, 1만5000명 규모의 양측 포로를 맞교환하자는 내용의 휴전 협정에 서명했다. 홍해 연안 호데이다는 예멘이 식량·의약품 등 외부 물자의 70%를 받아들이는 '생명줄'이다. 이곳을 장악한 반군을 제압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항구를 봉쇄하고 공습을 집중해왔다.



이번 협정은 포괄적 평화협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 이날 회견에서 반군은 "외국 군대부터 모두 철수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고, 정부도 "반군이 점령지에서 먼저 무기를 버릴지 확답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수도 사나의 국제공항 재개방, 양측의 치안 병력 규모 등을 두고 내달 2차 협상이 이어진다.

예멘이 휴전의 첫발이라도 뗄 수 있던 것은 지난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급변한 국제 여론 덕이다.

카슈끄지의 죽음을 계기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해온 '또 다른 인도주의적 참사'인 예멘 내전의 참상이 재조명됐다. 사우디에 무기를 팔며 예멘 공습을 지원해온 미국과 영국 정부는 최근 빈 살만의 카슈끄지 살해 책임을 거론 않는 대신 예멘에서 하루빨리 손을 뗄 것을 종용했다.

예멘 내전은 2015년부터 후티 반군이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정부가 수니파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끌어들여 국제전이 됐다.

사우디의 민간인 공습과 기아·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유엔은 1만여명, 인권 단체는 7만~8만명으로 추산한다. 현재 국민의 3분의 2인 2000만여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30만여명이 해외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제주도의 예멘 난민이 그 일부다.




[정시행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