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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어린이책] 삐익, 쏴아, 뿡… 소리들이 눈에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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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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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나 로맨션·안드리 레시브 지음ㅣ김지혜 옮김
길벗어린이ㅣ64쪽ㅣ2만1000원


'처음에는 고요했어요.'

첫 문장과 마주하는 순간 주위의 소음이 일순 가라앉는 마법이 시작된다. 보이진 않지만, 귀청을 뚫고 들어와 귓속 망치뼈·모루뼈·등자뼈를 차례로 두드리고 속귀에 이르러 울림을 일으키는 '소리'. 이 책의 주인공이 바로 소리다.

시끄러운 소리와 조용한 소리,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 익숙한 소리와 새로운 소리, 심지어 무음(無音)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를 점, 선, 면, 음파와 글자, 악상기호 등 시각적 이미지로 잡아챘다. 이차원의 책을 펼쳤을 뿐인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삐익삐익' '부움바!' '쏴아' 등 글자 하나하나가 삼차원의 소리가 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올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대상을 받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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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때 '꼬르륵', 밥 잘 먹고 '뿡'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시끄러운 소리부터 집 안, 도시, 자연의 소리까지 차원을 넓혀간다. 전 세계에서 쓰이는 1700개 언어는 물론이고, 손가락으로 문자를 만들어내는 수화, 직업으로 소리를 다루는 지휘자와 음향 엔지니어도 있다.

하지만 소리가 많다고 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럴 땐 모든 소리에서 벗어나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가장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이를테면 두 개의 심장이 함께 뛰는 소리 같은 것. 너무 익숙해서 잊고 사는 청각의 진면목을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면서 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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