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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강남 로또 아파트' 포기·연체 속출···현금 부자들은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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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청약열기 꺾여

대출 규제, 집값 불안으로 가수요 줄어

계약 포기 늘고 중도금 연체 잇따라

한쪽서는 여윳돈으로 선납하기도

강남권 당첨자 늘며 '그들만의 리그' 강화될 듯

중앙일보

앞선 단지와 분양가가 같고 주변 시세보다는 훨씬 저렴한데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청약경쟁률과 당첨자 청약가점이 뚝 떨어졌다. 사진은 이달 초 최근 당첨자 발표를 한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 견본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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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때 기대할 수 있는 ‘로또’는 더 커졌는데 청약경쟁률이 반 토막 나고 당첨 커트라인도 떨어졌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 격차가 수억대에 달해 분양시장 과열 양상을 보이던 강남 재건축 단지 청약 거품이 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계약 포기·중도금 연체와 중도금 선납이 늘며 자금력에 따라 강남권 분양시장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초 1순위 평균 23.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의 당첨자 최저 청약가점이 52점으로 나타났다.

주택형별 최저 점수 평균이 61.1점이고 최고 평균은 70.5점이었다. 당첨자 전체 평균 점수는 63.8점이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85㎡ 이하는 100%, 85㎡ 초과는 50%를 무주택세대주를 대상으로 무주택 기간 등으로 점수를 매긴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는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서초우성1차)보다 5점 정도 낮은 점수다. 래미안 리더스원은 최저 평균 65.5점, 최고 평균 74점, 전체 평균 68.1점이었다. 래미안 리더스원에서는 84점 만점도 나왔다. 디에이치 라클라스 최고 점수는 74점이었다.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청약가점과 청약경쟁률 모두 올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최저다. 지난 3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8단지)도 모집가구수가 디에이치 라클라스(210가구)의 6배가 넘는 1246가구로 많았는데도 25.2대 1의 경쟁률과 당첨자 평균 청약가점 65.9점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강남권 새 아파트값이 뛰면서 ‘로또’는 디에이치 라클라스에서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었다. 이 단지는 래미안 리더스원과 똑같이 분양가가 3.3㎡당 평균 4489만원이었다.

디에이치 라클라스 바로 옆에 지난 8월 입주한 반포래미안아이파크가 3.3㎡당 5800만 원대다. 래미안 리더스원 옆에 올해 초 들어선 래미안서초에스티지S는 3.3㎡당 5600만원 정도다.

중앙일보

자료: 한국감정원 금융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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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경쟁률·당첨자 청약가점 하락은 무턱대고 신청하는 ‘묻지 마’ 청약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디에이치 라클라스 이전까지 강남권에 관심을 끌며 분양된 재건축 단지 4곳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37대 1이었다.

분양대행사 관계는 “’로또’ 기대감에 무턱대고 강남권에 청약하는 통장이 2000~3000개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 통장들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 거품은 앞선 단지의 잇단 계약 포기에서도 확인된다. 래미안 리더스원 당첨자 중 부적격자를 제외하고 4명 중 한 명꼴로 계약을 포기했고 최종 26가구는 예비당첨자에게서도 미계약됐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자금 마련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래미안 리더스원은 계약금을 분양가의 20%로 높였고 가구당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금이 2억5000만~7억8000만원이었다.

계약은 했지만 중도금을 제때 내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 9월 디에이치자이개포 1차 중도금 납부 때 계약자의 6%인 100여명이 제때 내지 못하고 연체했다. 중도금은 주택형에 따라 9800만~3억원이다. 이 단지에서도 당첨자 중 10%가 넘는 200여명이 계약금(9800만~3억원) 부족 등의 이유로 계약을 하지 않았다.

최근 강남권 집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앞으로 집값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권 아파트값이 지난 10월 중순 이후 8주 연속 하락세다. 구에 따라 0.6~0.8% 내렸다. 호가만이 아니라 실제로 가격이 몇억원씩 떨어진 거래가 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변 아파트값은 내리지만 분양가가 오르고 분양가 이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유상옵션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아 ‘로또’ 기대감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청약 가수요가 빠지면 강남권 재건축 분양시장은 자금력 있는 강남권 수요자들 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에 자금력 있는 무주택자가 많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강남권에서 보증금 10억원 이상 전·월세 거래가 5700여건이었다. 20억원 이상은 260여건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계약자 가운데 앞으로 낼 중도금을 여윳돈으로 미리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분양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계약자 25%가 중도금 일부를 선납했다. 중도금을 선납하면 분양가 2%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입주 때 취득세도 내려간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저금리여서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선납 이득이 크다고 보고 1억~3억원 정도씩 여유 있는 대로 납부한다”고 전했다. 내야할 중도금에 선납금액을 합쳐 많게는 5억~6억원을 현금으로 한꺼번에 낸 것이다.

디에이치자이개포와 래미안 리더스원 계약자 중 강남권 거주자 비율이 55~60%다. 업계는 묻지 마 청약이 줄면 이 비율이 70%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 입성에 자금력이 관건이 됐다”며 “희소가치가 높은 강남권 새 아파트에 강남권 이외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진입장벽이 높아지며 '그들만의 리그'가 강화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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