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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트럼프, GM 구조조정에 “앞으로 사업하기 어려워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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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공장 폐쇄와 인력 감원을 골자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휘봉을 잡은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GM이 천명한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 중심 기업으로의 사업 전환은 실패할 것이 뻔하며, 멕시코·캐나다 등과 새로 맺은 무역협정 때문에 공장 이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GM은 지난달 2019년 말까지 북미 생산공장 5곳과 해외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 1만4000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폐쇄 또는 업무 전환 조치가 확정된 공장은 미국 4곳, 캐나다 1곳이다. 미시간주 워런과 디트로이트시 햄트램크,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오샤와 조립공장이다.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지역이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2018년 11월 5일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공화당의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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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바라 회장)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가 한 일은 끔찍했다"며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두고 내게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GM은 앞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그(바라 회장)가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전기차 개발에 힘을 싣겠다는 GM의 계획이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그들(GM)은 GM의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꿨다"며 "나는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전기차 전면 생산으로의 전환은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를 일부 생산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이런 사업 모델은 먹힐 수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M이 일부 차종과 부품을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새로 맺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GM의 사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내가 만든 새 협정, USMCA는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사람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며 "GM도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USMCA는 기업들에게 모든 협정국 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맞출 것을 요구한다. 저렴한 임금을 좇아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한 미국 기업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GM의 인력 감축이 미국 경제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하이오주는 어차피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내 지도 아래 있기 때문에 (GM의 공장 폐쇄는)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하이오주는 (GM의 공장 폐쇄로 잃을 일자리들을) 2분이면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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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 /바라 페이스북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장한 내용의 대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GM은 전기차 개발에 ‘올인’할 생각이 없다. 대신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떨어진 세단 대신 SUV와 트럭 등에 주력하고, 전기차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할 자금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GM은 현재 멕시코에 있는 공장을 미국으로 재이전할 계획도 없다.

무엇보다 GM의 구조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큰 치적으로 자랑했던 일자리 및 경제성장에 대한 타격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GM의 해고·공장폐쇄는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트럼프의 ‘산업 르네상스’ 주장이 훼손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미시간주에서 1만1000표 차이로 이겼는데, GM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의 수가 이보다 많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GM의 구조조정 결정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는 "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철강에 관세가 매겨지면서 GM의 비용은 약 10억달러 늘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은 GM과 같은 회사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라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낮아진 세율은 늘어난 비용을 상쇄하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GM의 보조금을 삭감하고 모든 수입차에 관세를 매기겠다며 바라 회장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미 여야 의원들도 GM이 과거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미국민들이 힘을 합해 도왔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바라 회장은 "(구조조정은) 우리가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이다. 이 산업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GM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구조조정 이후 폐쇄된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 일자리를 보장할 계획이라고도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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