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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MT리포트] 그들은 왜 '노란조끼'를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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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구유나 기자, 정한결 기자] [편집자주]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은 결국 마크롱 대통령을 국민 앞에 서게 했다.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 제2, 제3의 노란조끼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조끼'를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경 넘는 '노란조끼'](종합)]


佛·유럽·중동… 세계로 확산하는 '노란 조끼'

[국경 넘는 '노란조끼']①

유럽·중동·캐나다 등서도 노란 조끼 시위 발생…

이민 반대 등 극우 시위에서도 노란 조끼 등장

머니투데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조끼 운동'의 기세가 맹렬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등 시위대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지만,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프랑스 시위대로부터 영감을 얻은 다른 나라 시민까지 노란 조끼를 입기 시작하면서, 노란 조끼 운동이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참가한 노란 조끼 시위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의회를 통과한 세제개편안이었다. 환경오염 방지를 명분으로 디젤유에 대한 세금을 10% 올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여기에 국제 유가까지 오르면서 프랑스의 최근 1년 유가 상승률은 23%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정부가 내년부터 휘발유와 디젤에 대한 세금을 각각 리터당 2.9센트, 6.5센트 더 올리겠다고 결정하자 유가에 민감한 저소득층과 노동자 계층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시위 참가자가 누적 70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자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지난 5일(현지시간) 유류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유류세 인상 6개월 유예 방침을 밝혔지만, 노란 조끼 시위가 격화하자 계획을 아예 취소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일에는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며 기존 경제정책 수정까지 약속했다. 특히 연금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최저임금 월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과세 중단 등을 통해 민심잡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오는 15일에도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했지만 '부자 감세'라며 큰 분노를 산 부유세 감축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은 유럽의 다른 나라는 물론 중동과 북미 등의 대정부 시위에도 영향을 줬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도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물가 상승과 빈곤 확대 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라크에서도 반정부 시위대가 노란 조끼를 입었다. 이집트에서는 시위를 막기 위해 노란 조끼 판매 금지령까지 내렸다.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와는 반대로 친정부 세력이 노란 조끼를 입고 시위에 나섰으며, 독일과 캐나다, 세르비아 등에서는 이민 반대 등 극우 세력이 노란 조끼를 입었다. '노란 조끼 운동'을 이용해 시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노란 조끼가 프랑스에서 다른 나라로 빠르게 퍼지는 현상에 대해 AP통신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에서는 프랑스와 달리 유류세 인상도 없는데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졌다"면서 "이는 적어도 시위대 일부가 정부 정책에 반감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으며, 주류 정치권과 유권자 사이의 골이 더욱 넓어졌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유희석 기자


노란조끼는 '기름' 아닌 '평등'을 원한다

[국경 넘는 '노란조끼']②-1 프랑스인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머니투데이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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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 조끼'(gilets jaunes)는 흔히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안에 반대하는 시위로 알려져 있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프랑스 국민들은 왜 부유층에 증세하는 '부유세'가 아니라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유류세'여야만 하냐고 반문한다. 시위의 본질은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간 심화해온 사회적 불평등과 이로 인한 서민 경제 부담에 있다. '노란 조끼'가 보편적 가치를 띠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유다.

먼저 유럽의 경제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후 유럽의 경제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국가들이 긴축과 친기업·친시장 정책으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빈부격차가 커졌다고 분석한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는 5배 수준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새 정치에 희망을 걸었다. 만 40세의 정치 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 개혁을 약속하며 프랑스 헌정 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증세와 고용 유연화를 추진하며 10여 년간 1%에 머물던 경제 성장률을 2%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고 부동산, 주식, 보험, 사치품 등 자산 전반에 적용되던 부유세를 부동산 한정으로 축소하면서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빈축을 사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유류세 인상안 전면 폐지에 이어 월 최저임금을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하는 등의 파격 조치를 내놓으면서도 부유세 강행 의지는 꺾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오는 15일 노란조끼 시위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다. 급진좌파 프랑스공산당(PCF)의 파비앙 루셀 사무총장은 "'부자들의 대통령'은 흔들리고 있지만 부자들은 여전히 그의 비호 아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은 결국 우리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연대노총은 "부의 재분배에 대한 질문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이 드디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전국자율노동연맹(UNSA)측의 입장을 비롯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구유나 기자


벨기에·네덜란드… 이들은 왜 '조끼'에 동참할까

[국경 넘는 '노란조끼']②-2 "월급 빼고 다 올라" 유럽의 동참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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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는 경제 성장 둔화와 소득 불평등 심화 등 프랑스와 비슷한 문제로 시름하는 유럽 인접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네 번째 노란조끼 집회가 열린 날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도 노란조끼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와 달리 주요 쟁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反)정부 구호와 함께 "세금 인하", "건강보험 확대", "교육 평등" 등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벨기에에서는 수도 브뤼셀의 아를루아와 포르트 뒤 나미르 거리를 중심으로 1000여명의 시민들이 노란 조끼를 입고 모였다. 시위대는 세금 인상안 철회와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경찰 차량을 불태우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 최근 경제협력기구(OECD)가 발간한 '2018년 세입 통계'에 따르면 36개 회원국 중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중이 46.2%로 가장 높았고 벨기에는 44.6%로 뒤를 이었다. 벨기에의 한 연금 생활자는 "한달에 172만원을 받는데 보험료, 월세, 전기료 등을 빼고 나면 25만원 정도만 남는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같은 날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헤이그 등지에서 600여명이 평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이네케 램버몬트(67)는 AP통신에 "우리 자식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높은 세금을 내야 하고 제대로 된 집을 구할 수도 없다"며 "이전 세대가 누리던 사회복지 안전망은 사라졌다"고 밝혔다.

레베가 라우렌티우 유럽의회 의원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노란 조끼 시위가 확산되는 이유는) 최근 유럽 전역에 걸쳐 정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책은 불충분하고, 정치인과 시민 간의 의사소통은 선거철 요식 행위 수준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민간이 아닌 특정 정당이 시위를 주도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 영국, 스웨덴 등에서는 극우 정당 주도로 반 이민 정책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구유나 기자


노란조끼 입었다고 영장… 중동 '제2 아랍의 봄' 우려

[국경 넘는 '노란조끼']②-3 중동·아프리카 확산… 튀니지는 '빨간조끼'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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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튀니지에서는 '노란 조끼'를 모방한 '빨간 조끼' 시위가 시작됐다. /사진='빨간 조끼'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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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유럽을 넘어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확산됨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로 인한 정권 교체 및 사회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중동 유력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전날 이집트 검찰은 노란 조끼를 입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모하메드 라마단 변호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외에도 가짜뉴스 유포, 테러행위 조장 등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자국 내 노란 조끼 판매를 금지했다. 익명을 요청한 카이로의 한 상인은 "앞서 정부가 상인들에게 노란 조끼를 팔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하나라도 팔았다간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내년 1월 25일 역사적인 반정부 시위이자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8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집회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은 30년 동안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바 있다.

이날 터키 제2야당인 터키민족주의운동정당(MHP)의 데블렛 바첼리 당대표는 성명을 통해 "만약 노란조끼 '테러'에 동참한다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노란 조끼를 입는 사람은 발가벗고 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아랍의 봄 진원지인 튀니지에서는 이달 초 젊은 사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빨간 조끼'(gilet rouge) 운동이 시작됐다. 이들은 치솟는 물가와 높은 실업률, 부정부패 등에 항의하고 있다.

구유나 기자


'노란 조끼'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프랑스혁명·68혁명

[국경 넘는 '노란조끼']③ '프랑스 혁명'은 국가정체성, 68혁명은 일상 바꾼 '문화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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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 시위자가 지난 1일 프랑스 국기를 들고 시위에 나선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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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은 밀가루 전쟁으로 시작됐지만, 우리는 유류세로 시작했다." 노란조끼 시위자 프랑크 뷜러는 지난 6일 영국 BBC에 이번 시위를 프랑스 혁명(1789)에 빗댔다. 먹을 빵이 없어 봉기한 프랑스 농민들과 기름값 부담에 시달리는 자신들을 동일시한 것이다.

반면 정부의 입시정책에 반발해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지난 3일 '다시 68혁명'을 외쳤다. 1968년 당시 학생운동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대되면서 샤를 드골 대통령이 사임한 역사의 재현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노란 조끼 시위가 '68 혁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라고 평가한다.

시위 참가자들이 언급할 만큼 프랑스혁명과 68혁명은 현재 프랑스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프랑스혁명= 1789년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는 오랜 기간 지속된 전쟁으로 막대한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 왕정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귀족과 성직자들이 아닌 평민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불평등한 세금 정책이 이어지자 파리 시민들은 그해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무기를 빼앗아 왕가에 저항했다. 혁명의 시작이었다. 프랑스는 매년 이날을 '바스티유 데이'로 부르며 전역에서 축제를 연다.

전문가들은 프랑스혁명이 근·현대의 '민족국가'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고 보고 있다. 영주 소속의 농민에 불과했던 이들을 '프랑스 시민'으로 정의하면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국경, 국가와 국기 등 국가의 상징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는 주변 국가들이 혁명의 확산을 막기 위해 프랑스에 선전포고한 직후인 1792년 작곡됐다. 국기의 파랑, 하양, 빨강색도 프랑스 혁명 당시 구호였던 자유, 평등, 박애를 뜻한다.

댄 산체스 미국경제교육재단(FEE) 콘텐츠 대표는 "프랑스 혁명으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가 탄생했다"면서 "이 개념들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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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랑스 시위자가 지난 5월 22일 프랑스 레퓌블뤼크 광장의 석상에 "그들은(정부는) 68혁명을 기념한다. 우리는 (혁명을) 다시 시작한다"고 적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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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68혁명'='문화 혁명'으로 불리는 68혁명도 오늘날 프랑스의 탈권위주의적 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고 평가 받는다.

68혁명은 1968년 1월 파리의 대학생들이 성(性)적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당시 파리의 대학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기숙사에서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파리 10대학 학생인 다니엘 콘-밴딧이 대학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고 콘-밴딧은 이후 프랑스 대학생들 사이에서 반권위주의 인사로 유명해졌다.

콘-밴딧을 포함한 8명의 대학생은 3월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항의하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파리 사무실을 습격했다가 체포당한다.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학생 시위가 이어지자 파리 10대학 측은 5월 3일 학교를 폐쇄, 정부에 시위 진압을 요청한다. 이후 시위 규모가 급속도로 불면서 그 내용도 반전을 넘어 탈권위·인권·여성·환경에 대한 운동으로 확장됐다.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에 수백만명의 직장인들도 학생들을 지지, 임금인상·노동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5월11일 이후 파업에 나섰다.

프랑스 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는 막바지에 흐지부지됐지만 프랑스 사회를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2차세계대전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드골 대통령은 10년 만에 대통령직을 내려놨다. 68혁명은 이후 유럽을 넘어 미국으로도 확산되면서 전 세계의 반전운동 및 학생운동에 영감을 줬다. 리처드 월린 뉴욕시립대 역사학교수는 "68혁명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꾸었다"면서 "권위주의적인 전통에서 벗어나 페미니즘, 환경주의 등 사회 해방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정한결 기자


노란조끼의 승리=프랑스 경제의 재앙?

[국경 넘는 '노란조끼'④

대규모 시위로 4Q GDP 0.2%p ↓…마크롱, 증세 철회·최저임금 인상 약속

재정적자 GDP의 3%선 넘어설 듯…유류세 인상철회, 친환경 정책에 타격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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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는 상거래의 재앙이자 경제적 재앙입니다. 올해 프랑스 경제의 성장이 둔화할 것입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노란 조끼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위로 피해를 본 프랑스 파리 시내 상점가를 둘러보던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의 말처럼 노란 조끼 시위는 프랑스 경제에 큰 상처를 남겼다. 시위대의 도로 점거 등으로 말미암은 직접적인 피해도 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경제 개혁 차질로 발생할 충격이 특히 커 보인다.

프랑스 내무부 공식 집계 결과, 노란 조끼 시위로 17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시위대가 파리 등 주요 도시 도로를 점거하면서 유통 업체 등이 큰 손실을 보았고, 4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에펠탑과 박물관은 물론 파리 시내 백화점과 상점 등이 문을 닫고, 프랑스 프로축구리그 '리그앙' 경기도 줄줄이 연기되면서 외국 관광객까지 줄었다. 프랑스 중앙은행 '방크 드 프랑스'는 지난 10일 노란 조끼 운동 등의 영향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올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4%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유류세 인상 철회, 최저임금 상향, 추가 근로수당 비과세 등의 당근책을 내밀면서 프랑스 재정적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줄어드는 세수 규모가 매년 150억유로(약 19조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재정적자는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2.6%에서 내년 3.4%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0.9%)을 크게 웃도는 동시에 유럽연합(EU) 규정인 'GDP의 3% 이내'도 어기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가부채도 GDP의 97%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더불어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실업률도 지난 8월 기준 9.3%로 미국이나 독일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증세와 연금 개혁 등이 필요한데 이것이 좌초된 것이다. 경제전문매체 바론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개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반사 효과 등으로 프랑스로 투자가 몰렸으나, 앞으로는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환경보호였다는 점에서 파리기후협약 등 국제적인 환경보호 노력을 이끌어온 프랑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유럽기후변화대응 네트워크(CAN)의 루실 듀포는 "유류세 인상 철회는 프랑스 정부의 기후 변화에 대한 약속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신뢰받기 원한다면, 유류세는 올리되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다른 방법으로 도우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희석 기자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구유나 기자 yunak@,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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