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비례100명 시대?]늘리는 게 능사 아냐…여건·제도 보완 먼저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야3당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시 비례대표 늘어나

“사회 약자 위한 다양성” 취지 좋지만…비례, 의정활동서 ‘한계’

근본적으론 ‘공천’부터 문제…“투명·공정한 공천 제도화돼야”

이데일리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13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농성을 이어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가 개편되면 비례대표 의원 수는 늘어나게 된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야3당이 요구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비례대표제 공천과 의원들의 활동상을 되짚어보면 우려되는 점도 적잖다. 각 정당들이 공천 과정의 투명성, 전문성 발휘를 위한 여건 보장 등을 먼저 약속하고 실천의지를 보여야 증원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대표, 소수약자·직능 대변하지만…지역구와 ‘차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비례성 강화와 함께 다양성 확보를 들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숫자는 많지만 정치적 힘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농민 등 약대 집단이 존재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규하고 파업한들 그 분들에겐 정치적 대리인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 이들의 ‘정치적 대리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20대 총선에서 처음 금배지를 단 초선 132명 가운데 대다수는 공직자(35%)였고 정당인(14%), 법조인(11%), 기업인(8%), 교수(7%), 시민단체·노동단체 출신(5%), 언론인(5%) 출신 등 특정 직업군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18~19대 때를 상기해봐도 비례대표제를 통해 시각장애인인 최동익 전 민주당 의원, 다문화가정의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 농민 출신이었던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등원했지만, 20대의 경우 정 대표가 말하는 ‘약대 집단(힘이 약한 대규모 집단)’ 대표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정 대표의 지적처럼 비례대표를 늘려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다 해도, 현재와 같은 정치풍토에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제 몫을 하기가 녹록지 않다. 지역구 의원과의 차별이 온존하는 까닭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을 두고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선 ‘0.5선’이란 평가절하가 심심찮게 나온다. 치열한 선거운동, 주민들의 직접 선출 과정 등을 거치지 않았기에 지역구 의원과 똑같은 ‘1선’이 아니란 것이다. 20대에선 전문성을 인정받아 직능 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고도 정작 유관 상임위에서 배제되는 경우마저 발생했다.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인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에선 국토교통위에서 배제됐다. 당시 한국당 한 의원은 “억울하면 지역 잡든지... (지역 민원 해결에 용이한) 국토위는 다음 총선이 어려운 지역구 의원들이 먼저 들어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뜻을 함께 하면서 당 인사들의 눈밖에 났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실상은 ‘지역구 의원 우선주의’도 개입됐단 얘기다.

◇’돈공천’ ‘사천’ 잡음 계속…“투명성 보장이 우선돼야”

비례대표 의원의 재선 도전 역시 만만치 않다. 이미 당내 현역 지역위원장 혹은 당협위원장이 있는 지역엔 발을 붙이기 어렵고, 원외 지역위원장이 있는 곳도 견제가 상당하다. 지역구 터잡기에 본격 나설 요량이면 “비례대표가 일은 안하고 지역만 넘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예전엔 비례대표들에 지역구를 줘도 임기 4년 중 막판에 했다”며 “임기 반환점 돌 때부터 지역구 물색하고 다니는 건 염치 없는 일이었는데 요새는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현행 비례대표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과거 몇 차례 공천헌금 파동에서 확인됐듯, 비례대표직은 정당 혹은 실세 정치인의 정치자금 마련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비례대표 의원을 전국구 의원으로 부르던 시절엔 전국(全國)구 의원이 전국구(錢國)구 의원으로 조롱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례대표직을 둘러싼 ‘공천헌금’ 논란은 다소 해소됐지만, ‘사천(私薦)’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직을 전리품 정도로 여기고 친소관계를 따지고, 계파를 따져 사사로이 공천한다는 비판은 20대에도 터져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들의 자정 노력도 없이, 예컨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처럼 현재 300명 국회의원을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으로 조정한다면 공천부터 상당한 잡음이 나올 게 뻔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지역구 공천도 공정성을 담보하는 등의 제도를 먼저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당 대표,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면 ‘사천’ 논란 속에 역량이 떨어지는 비례대표들이 나올 공산이 있고 재선을 위해 지도부 눈치를 보면서 의정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