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
올해 일곱 작품 객석점유율 98%
신작 ‘스윙’‘봄의 제전’ 등 큰 인기
“현대무용은 난해” 선입견 깨뜨려
미국서 영화 공부하다 무용 전공
일반인 실습, 연습실 개방 등 시도
“새해 한국의 미 세계에 알릴 것”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현대무용이 어려운 관념과 해설을 앞세워선 안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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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현대무용에 특별한 가치를 두는 까닭은 무엇인가.
A : “현대무용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세계 현대무용계의 특정한 트렌드를 짚어낼 수 없을 정도다. 현대무용의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우선 관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언제 보러와도 즐거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감독이 된 뒤로 관객을 돌려보낼 정도의 난해한 작품은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 안무가의 고민이 관객과 공유가 안 되면 관객들은 처음엔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결국은 멀어지게 된다.”
‘쓰리 스트라빈스키’중 ‘봄의 제전’. 그가 안무한 올해 신작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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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일반 관객에게 현대무용과 가까워진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A : “생각의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현대무용은 전통춤과 음악 등을 재료 삼아 순전히 사람의 머리로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현대무용을 보면서 관객들에게 ‘나도 내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가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길 역시 자유로운 생각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윙’ 공연 장면. 그가 안무한 올해 신작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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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안무에 원칙이 있다면.
A : “2분 안에 뭔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2분 룰’이다. 영화 편집 방식과도 비슷하다. ‘2분’은 나의 ‘인내 수치’이기도 하다. 2분이 지났는데도 진전이 없으면 관객으로서 참을 수가 없다. 다시는 안 보러 간다.”
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1년 남짓 다니다 자퇴한 뒤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영화 공부 역시 3학기밖에 이어지지 못했다. 무용과로 전과했고, 1989년 뉴욕 줄리어드 학교로 옮겨 무용을 계속 배웠다. 1997년 귀국한 이후 활동 무대를 한국으로 옮기면서 국내 춤 평론계에서 ‘욕’도 많이 먹었다. 지난 4월 ‘스윙’ 공연 후 “메시지 없이 재미로만 채워졌다”는 쓴소리를 들은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는 “그때마다 ‘당신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 갈 길이 있으니…’란 마음이었다”면서 “나는 선배도 없고 선생님도 없으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대 중반 나이에 처음 춤사위를 익히고도 줄리어드 학교까지 진출한 재주꾼이지만 무용수로는 오래 활동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부터는 춤 연습도 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 40분씩 집 부근 양재천을 걷고, 부상 방지를 위해 팔 운동을 한다. 일주일에 네 차례씩 시즌 무용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발레 클래스에서 시범을 보이다 혹 다칠까 염려해서다.
Q : 현대무용에서 테크닉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A : “발레 동작은 복잡한 현대무용 안무의 기준점이 된다. 하지만 테크닉보다 무용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몸의 개념’이다. 머리가 원하는 걸 몸이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대무용수들의 자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김영진 등 몸의 수축과 이완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무용수들이 많다.”
Q : 내년에도 새 안무작을 내놓을 계획인가.
A :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릴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해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함께 만든 라예송 감독과 다시 공동작업을 추진 중이다. 제목은 미정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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