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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백악관판 ‘리얼리티 쇼’…트럼프-민주당 지도부 설전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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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경장벽 예산 없으면 셧다운”

펠로시·슈머 “협박하지 마라”

삿대질·비아냥 그대로 TV 방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17분간 공개 설전을 벌였다. “국경장벽 예산이 없으면 연방정부를 일부폐쇄(셧다운)하겠다”며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는 야당의 기세가 충돌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손가락질과 비아냥까지 오간 이 장면을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한 리얼리티 쇼 제목을 따 <어프렌티스: 감독판>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 시한(21일)을 열흘 앞두고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와 만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 50억달러(약 5조6475억원)를 반영한 예산안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13억달러만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안보”를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원의장 재선출이 유력한 펠로시 원내대표는 “오늘이라도 예산안을 하원에 가져오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는 2초면 통과되겠지만, 문제는 상원에서 10표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협조를 구했다.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이겨 하원 다수당이 되지만, 현 의회 임기인 내년 1월2일까지는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원에서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60석(현재 51석)에 못 미치는 현실을 호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를 포함한 사람들이 쏟아져들어온다”며 “나는 국경 안보를 위해 정부를 셧다운하는 게 자랑스럽다. 내가 그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원내대표는 “전문가들은 ‘장벽 없이도 국경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셧다운하겠다고 협박하지 마라”며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서도 민주당이 국경장벽 예산에 협조하지 않으면 “군대가 남은 장벽을 짓게 하겠다”며 압박했다.

중간선거 결과로 신경을 건드리는 발언도 오갔다. 펠로시 원내대표가 “공화당 사람(하원 현역 의원) 60명이 졌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은 우리가 이겼다”고 반박했다. 이에 슈머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돌아보면서 “대통령이 (공화당이 민주당 현역을 이긴) 노스다코타와 인디애나에서 이겼다고 자랑하면 정말 곤란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겼으니까”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언쟁이 격해지자 펠로시 원내대표는 “우리는 선의로 여기 왔는데 대중이 보는 앞에서 이런 토론을 하고 있다”며 수차례 비공개 대화로 하자고 제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나쁠 거 없다. 이걸 투명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막바지에는 기자들과의 문답까지 뒤섞여 더 어지러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펠로시 원내대표가 하원의장 선출 투표를 앞둔 점을 암시하면서 “그가 지금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펠로시 원내대표는 “방금 크게 이긴 하원 민주당의 지도자로서 이 회동에 가져온 힘을 마음대로 특징 지으려 하지 마라”며 쏘아붙였고, 슈머 원내대표도 “선거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라고 지원사격했다.

회동 뒤 슈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성질을 부려서는 국경장벽을 못 짓는다”고 말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경장벽은 ‘사나이의 문제’ 같다. 내가 (달래려고)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회동은 결론 없이 크리스마스 직전의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을 높인 채 끝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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