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신성철 KAIST 총장 운명 가를 쟁점은?…과학계 반발 심화(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가연구비 횡령·제자 편법채용…양측 입장 첨예하게 대립

아시아경제

신성철 총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가연구비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직무정지를 요청한 신성철 KAIST(카이스트) 총장과 관련된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당시 이면계약으로 국가연구비를 횡령했다는 것과 제자를 편법으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두 사안에 대해서는 신 총장 측과 과기정통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면계약의 대상으로 지목된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는 위법사실이 없었다고 밝혔고 카이스트를 비롯한 과학기술계에서는 직무정지 반대 서명 운동이 시작되는 등 안팎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연구비 횡령?=우선 국가연구비 횡령 의혹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DGIST가 LBNL로부터 연구장비 'XM-1'에 대해 매년 무상사용에 대한 현물투자를 받고 있고 이 장비는 국립연구소 소유로 사전 승인을 통해 무상으로 사용이 가능한데도 당시 DGIST 총장이던 신 총장이 관련자에게 LBNL에 장비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지시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 간 총 9회에 걸쳐 20억여원을 부당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부당하게 지급된 돈의 일부가 LBNL으로 흡수되고 신 총장 제자의 급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횡령과 배임에 해당 될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 총장은 "LBNL에 대한 현금지원은 LBNL의 첨단 연구장비에 대한 독자적인 사용권한 확보를 위해 LBNL 측의 요청에 의해 DGIST가 부담한 비용인 반면 LBNL의 현물지원은 실험진행 시 필요한 장비비와 나노패턴 제작비, 그리고 LBNL 측 포스닥 인건비로 사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LBNL도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에 서한을 보내 공동연구비와 관련해 위법사실이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LBNL의 주장이 신 총장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제자 편법채용?=제자 편법채용과 관련해서 과기정통부는 DGIST 겸직교수는 전공책임교수가 필요에 의해 채용해야 하는데 2013년 신 총장이 관련 교수에게 자신의 제자 임 모씨의 채용을 지시해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제자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연구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DGIST 특성화연구과제에 참여인력으로 포함시킨 후 인건비를 지급하라고 지시해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서도 인건비 1억4000만원을 부당 수령해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 총장은 "LBNL과 DGIST 간 공동연구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위해 교량적 역할을 하는 담당자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자연스럽게 임 박사가 거론됐다"며 "이후 신물질과학 전공 내 교수들 간에 임 박사에 대한 채용 논의를 거쳐 전공책임교수가 최종 결정하고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쳐 임명했으며 관련 증빙서류들도 완벽히 보관돼 있다"고 해명했다.

◆과학기술계 반발 심화=이에 대해 카이스트를 비롯한 과학기술계에서는 신 총장 직무정지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들은 7일부터 과기정통부가 이사회에 요청한 총장 직무정지의 거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에는 12일 오전 9시까지 총 727명이 참여했다. 성명서에는 "제기된 의혹들은 거대연구시설을 활용한 국제공동연구의 통상적 절차에 근거해 이해될 수 있는 사안"이며 "과기정통부가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연구와 관련해 잡음이 없었던 신 총장을 배임과 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했다. 신 총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LBNL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라면서 "소속 연구원의 인건비는 자체 규정에 의해 지급하는 것으로 연구시설을 사용하는 공동연구자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 과학기술 시민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도 총장 직무정지 요청 철회를 포함한 비판성명을 냈다. 과실연은 "과기정통부는 카이스트 총장에 대한 검찰 고발을 철회하고 정당하고 당사자의 소명이 포함된 감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른 감사 결과와 이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총장의 직무는 지속돼야 하고 자율적인 연구와 교육 풍토를 저해하는 정치권력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최종 감사결과가 나오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횡령, 편법채용이라는 말을 쓰면서 그 혐의를 언론에 공표해 명예를 실추시켰고 총장의 직무정지 요청을 너무 성급하게 했다는 주장들로 과학기술계가 들끓고 있다"고 비판했다.

◆14일 이사회에서 직무정지 여부 결정=결국 공은 14일 열리는 카이스트 이사회로 넘어간 모양새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이장무 이사장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중 당사자인 신 총장을 제외한 9명 중 5명이 과기정통부의 요청에 찬성하면 신 총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인재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등 정부 관료 3명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 카이스트 개교 이래 첫 총장 직무정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평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