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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마약성 진통제’ 처방 급증…오남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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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급, 상급의 최대 20배…만성 비암성 통증환자 21% 의존성 보여

경향신문

국내에서 마약성 진통제 소비가 증가하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소비량은 아시아 3위이며, 2005년에 비해 6배가량 늘었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지연 교수팀이 국내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에 대해 연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 사용 관련 의존성은 21%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많은 국가들의 오남용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2017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6개 대학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통증 조절 목적으로 처방받고 있는 만성 비암성 통증환자 258명을 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 관련 의존성을 관찰했다. 처방외 복용, 과량 복용, 잦은 처방전 분실 등 마약성 진통제 의존 가능성이 있는 평가항목 7개를 적용해 조사했다. 그 결과 55명(21%)의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 연관 의존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성 진통제를 만성적으로 처방받는 환자 5명 중 1명꼴로 오남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젊은 환자, 기능성 통증, 두경부 통증, 알코올·약물 남용,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서 마약성 진통제 연관 의존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마약성 진통제 연관 의존성을 보이는 환자는 하루 평균 모르핀 사용량이 169㎎으로, 의존성을 보이지 않는 환자보다 약 30% 많았다. ‘의존성’ 환자들은 진통제를 얻기 위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빈도가 연평균 36회로 ‘비의존성’ 환자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의존성 여부와 관계없이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들은 불안감, 우울감, 심각한 불면증과 현저히 낮은 회복탄력성을 보였다. 67%가 통증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응답했다.

문 교수는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추가 처방을 위해 응급실을 방문할 때, 실제 통증 조절과 악화된 증상 치료를 위한 것인지를 먼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의원에서 2728만1181명이 총 4332만2631건의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상급종합병원(181만명·216만건), 종합병원(347만3561명·421만건), 병원(422만1112명·556만208건)에 비해 최고 20배 가까이 많았다.

2015년만 해도 매달 120만~140만건대였던 의원급의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2016년 7월 221만건으로 늘었고, 이후 300만~400만건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2월에는 약 459만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 허가된 마약성 진통제는 28개사 219품목이다. 마약류 의약품은 71개사의 469품목이 유통되고 있다. 먹는 약과 주사제, 패치형 의약품까지 포함한 수치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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