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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기자메모]현대미술관장 공모…역량평가 원칙 무시하는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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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를 진행하면서 최종 단계인 역량평가를 건너뛰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기 때문에 임용 시 역량평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3명은 이런 절차가 필요없는 ‘검증된 인사’란 논리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12일 역량평가가 실시되어야 하지만 문체부는 이를 앞두고 인사혁신처에 ‘면제 요청’을 했다. 아직 인사혁신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예산은 860억원이다. 이달 말에 충북 청주에 ‘보이는 수장고’가 문을 열면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과 함께 4관 체계가 된다. 관장의 지위는 ‘2급 공무원’이지만 운영하는 예산과 조직은 그 이상이다.

2006년 7월부터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시행되면서 과장급 공무원이나 민간인이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역량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실제 업무와 유사한 상황을 주고 여기서 나타나는 평가 대상자의 행동을 다수가 평가하는 방식이다. 개인의 자질뿐만 아니라 조직에 얼마나 잘 녹아들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보자는 취지다. 인사혁신처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표면적인 지식·기술보다는 ‘조정·통합’ ‘전략적 사고’ ‘변화관리’ 등과 같은 역량이 직무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역량평가를 받지 않고도 고위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예외가 있기는 하다. 장관과 진퇴를 같이 하는 비서관, 장관정책보좌관, 업무특수성이 인정되는 대통령 경호업무 관련 직위 등이다. 또 ‘문화·예술·의료 분야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위에 임기제 또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에 한해 소속 장관이 고위공무원으로서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유를 소명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최종 후보에 오른 3명이 이런 경우에 포함될까. 김홍희 백남준재단 이사장(70)은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베니스비엔날레 커미셔너,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거쳐 여성 최초의 서울시립미술관장을 지냈다.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67)는 전시기획자 겸 비평가로 활동했다. 한국큐레이터협회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등을 지냈다. 이용우 전 상하이 히말라야 미술관장(66)은 광주비엔날레 초대 전시기획실장과 총감독, 재단 대표이사를 지냈다.

전문성과 역량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영입’이 아니라 경쟁을 통한 평가를 받겠다고 스스로 공모에 나선 지원자들이다. 굳이 역량평가를 생략해줄 이유가 없다. 역량평가를 실시하는데는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이러니 ‘불필요한 해석’이 나온다. 이미 미술계에서는 ‘정치권에서 낙점받은 특정인사의 역량평가 통과가 불투명하니 문체부가 나서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돈다. 문체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규정만 지킨다고 정도가 아니다. 문체부는 이미 정도를 벗어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홍진수 | 문화부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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