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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카카오 본사 앞에 시신 안치해달라” 택시기사가 남긴 유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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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일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경비대 앞 국회대로에서 택시기사 최모씨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 몸에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분신을 시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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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승차공유(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며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한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유서를 통해 “카풀이 저지되는 날까지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달라”고 밝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업계 주요 4개 단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최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를 공개했다. 최씨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석희 JTBC 대표에게 보내달라며 두 통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손 대표에게 보낸 ‘카풀?’이라는 제목의 유서에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출근 시간에 차량 정체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같은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이웃끼리 같이 차량을 이용하라고 허용했다”며 “하지만 지금 카카오에서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하여 사업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카풀의 취지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승객을 수송하려고 하면 정부에서 유상운송요금을 신고하고 허가를 득한 후에 미터기를 장착하고 그에 따른 정상적인 요금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카풀 요금은 카카오에서 무슨 근거로 요금을 책정해서 손님에게 받을 수 있는지 정부는 답변해야 한다”고 했다.

또 카풀을 하루 2회로 제한하되 운영시간엔 제한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졌다는 건 카풀의 취지와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라며 “출퇴근 시간 러시아워 때 차량 속도를 올려보자고 정한 것인데 24시간 운영한다는 것은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승차거부·불친절 등 택시도 물론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최저임금을 맞추려고 근무시간을 줄이고 정부에서도 노사 협약 사항이라고 묵인해주는 점과 특수업종으로 분류해놓고 장시간 근무에도 제대로 보수를 못 받아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택시 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며 “카풀이 무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경비대 앞 국회대로에서 자신의 택시 안에서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분신을 시도했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택시 노조에 따르면 최씨는 분신 직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에게 돈을 준 뒤 “내 유서를 가지고 있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유서는 이후 김희열 택시노조 한석교통노동조합 위원장이 수습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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