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보장성보험, 해지 땐 ‘깡통’ 될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증까지 보장 ‘새 치매보험’이 달아오르는데…

중증 위주 보험은 수령률 0.04%로 실효 없어…최근 신상품 ‘봇물’

경증 진단 땐 3000만원까지…연금식 등 환급액 뻥튀기 판매 주의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장범위를 강화한 치매보험이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장성보험을 늘려야 하는 보험업계의 사정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잇따라 치매보험 상품을 출시하면서 유명무실했던 치매보험 시장이 뜨거운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해상이 지난달 1일 출시한 ‘간단하고 편리한 치매보험’은 보름 만에 가입 건수가 1만987건(보험료 약 11억원)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상품은 경증부터 중증치매까지 포괄 보장한다. 경증치매는 임상치매척도 1점에 해당하는 가벼운 치매로 새 기억을 잊거나 가벼운 기억상실을 보이는 수준이다.

치매와 관련 있는 질병에 대해 2가지(1년 내 치매 또는 경도 이상의 인지기능장애 진찰·검사 여부 및 5년 내 치매 관련 질병 치료 여부)만 고지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시 고지해야 하는 질병은 치매, 뇌졸중, 심근경색,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7가지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당뇨나 고혈압 등을 앓는 환자는 간편심사로 가입할 수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치매보험 보장범위를 유병자와 경증까지 넓히고 가입도 간편하게 한 점이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도 같은 달 12일 ‘간편한 치매간병보험’을 출시하고 5일간 한시적으로 경증치매 시 진단비를 3000만원까지 주는 특판을 벌였다. 경증치매 진단만으로 3000만원을 주는 치매보험은 처음이다. 경증 치매보험은 시장이 초창기라 손익예측이 어려운데도 판매 경쟁에 나선 것이다. 현재는 경증치매 진단비를 1000만원까지 준다.

생명보험 업계에선 DB생명과 흥국생명이 지난 10월 각각 기존 상품을 개정해 중증치매에 따른 간병자금을 종신까지 지급하고, 월 100만원의 생활비를 주는 상품을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3일엔 NH농협생명이 출범 후 처음으로 주계약이 치매보험인 ‘백세시대NH치매보험’을 출시, 4가지 특약을 담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간 치매보험은 실효성이 없어 사실상 보험사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치매보험 수령률이 0.04%에 그쳤다.

치매환자 중 중증치매 비율이 2.1%에 불과한데 대다수 치매보험이 중증치매를 지급조건으로 설정했다. 또 중증치매에 걸려도 환자를 대신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대리청구인이 지정된 건도 1.4%에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치매보험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환자 수는 72만명으로 노인인구(약 712만명)를 감안하면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환자 유병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처음 10%를 넘은 후 2050년에는 15.0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도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경증 치매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보험에 대한 니즈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고 최근 (경증)치매보험 시장에서도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며 “다른 보험사들도 보장을 강화한 치매보험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도 초기 단계의 시장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 선택을 돕기 위해 치매보험 간 비교공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며 “이르면 내년 4월쯤 생·손보 협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청구인 지정에 대해선 “분쟁소지가 많고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청구현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험사별 데이터를 받아 볼 예정”이라고 했다.

소비자 유의사항도 당부했다. 보장성보험인 만큼 중도해지 시 환급받는 금액이 납입한 돈보다 매우 적거나, 치매 발생확률이 높은 노년기에 치매 보장이 안돼 중도해약은 신중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주문했다. 하지만 일부 영업일선에선 치매보험을 연금과 같은 저축성보험처럼 만기환급액 위주의 홍보를 하는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 뒤에는 보험사들이 보장성상품 판매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배경이 있다. 2022년 IFRS17 도입 시 보험부채는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가 변경돼 저축성보험의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료의 대부분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저축성보험과 달리 위험률 관리와 사업비 절감으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보장성보험을 늘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경증 치매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보험사들이 공공보장정책을 보완하는 치매보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품 보장 현실화와 함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무보증(위험률 상승에 따라 갱신할 수 있는) 상품 개발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