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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청약제도 개편 전…인천서 마지막 `텐트족`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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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일 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일대. 두꺼운 점퍼와 모자, 목도리로 무장한 사람 수백 명이 줄을 섰다. 살을 에는 추위에 텐트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인천 미추홀구에서 분양한 '주안역 센트레빌' 아파트 잔여 가구 추첨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며칠 있으면 청약제도가 개편돼 유주택자는 잔여 가구 추첨에도 참여하기 어려워진다는 소문에 잔여 가구 추첨 '막차'를 타기 위해 수백 명이 모인 것이다.

아파트 단지 인근 주안역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경유역 후보로 오르내린 상황에서 GTX 노선 조기 착공 소식까지 더해지자 가뜩이나 달아오른 분위기는 추가로 기름을 끼얹은 듯 과열로 치달았다.

주안역 센트레빌 아파트 잔여 가구 추첨은 7일 오전 9시로 예정돼 있었다. 시공사는 통상적으로 쓰는 온라인 추첨 방식 대신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추첨해 잔여 가구를 분양하겠다고 공지했다. 문제는 추첨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선착순'이라는 점이었다. 수요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날 밤부터 일찌감치 줄을 섰다. 전날인 6일 초저녁부터 이미 줄서기는 시작됐다. 해당 단지 견본주택 앞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서더니 줄은 점점 길어졌고, 1인용 텐트를 가져와 노숙 태세를 갖춘 추첨 지원자도 등장했다.

이 단지는 12개동 1458가구 대단지 아파트로 지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06대1이라는 다소 평이한 경쟁률을 보인 곳이다. 그러나 잔여 가구 추첨 열기는 서울 지역 수십 대 1 경쟁률 단지 못지않았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당장 11일부터 청약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3순위 청약요건이 신설된다. 그동안 잔여 가구 추첨은 자금만 있다면 참여 자격에 제한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잔여 가구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해당 지역 무주택자 우선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주택 보유자는 청약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잔여 가구 추첨마저 막힌 것이다.

주안역 센트레빌 잔여 가구 추첨은 청약제도 변경 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난 단지이기 때문에 새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지 않았지만 잔여 가구 추첨에 구름 인파가 몰린 것은 이 때문이다. 주안역 센트레빌이 위치한 인천은 청약조정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이 아니라서 1년 후엔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입주 후 등기가 마무리돼야 집을 팔 수 있는 서울과 달리 1년 후엔 분양권 형태로 매도가 가능해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사람들 머릿속에 작용한 것이다.

지난주 부동산 시장에 빠르게 확산됐던 GTX 노선 조기 착공 소식도 열기에 불을 붙였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철도망 사업인 GTX 사업이 이르면 올해 말 조기 착공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직접 수혜권에 들어간 주안역 센트레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주안역은 GTX B노선 경유역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곳 중 하나다.

결국 추첨일인 7일 0시가 되기도 전에 추첨 인원 100명이 채워졌다. 분양 관계사 측에서는 문자를 통해 "지속적인 고객 내방에 이어 저녁 늦게까지도 추운 날씨임에도 대기해 고지드렸던 '100명'에 도달하여 문자를 송신드린다"며 "이 시각 이후 선착순 대기 줄은 무의미하며 대기하셔도 입장이 불가하다"고 알렸다. 지역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제도 개편 전 마지막 잔여 가구 추첨인 데다 GTX 호재 소식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라며 "이제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이런 텐트족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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