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예산 늑장처리 속…‘은밀한 증액’ 실세들, ‘열혈 홍보’ 의원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번도 역시…여야 지도부·예결위 간사 등 ‘한몫’ 챙겨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등은 “추가 예산 확보” 자체 홍보전

총선 고려 않을 수 없지만… “국민의 대표인가, 지역민 대표인가”

이데일리

7일 시작해 8일 새벽에 끝난 국회 예산안 본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긴 8일 새벽 국회에서 늑장 처리된 가운데, 여야 실세 의원들의 막판 지역구 예산 증액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다. 다른 의원들은 예산안이 처리되자 기다렸다는 듯 ‘지역구 예산 확보’ 보도자료를 내며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예산안 처리 때마다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내년 예산 확보 성과는 내후년인 2020년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도, 국회의원들이 연임을 위해 ‘지역구 우선주의’에 매몰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도 각 당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 등이 예산안 심의에서 ‘한몫’을 잡았다.

여야 협상 막바지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1조원 넘게 늘리면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이 정부안보다 253억원 늘어났다.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10억원,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사업비 5억원도 늘었다. 같은 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역구인 경기 구리시와 관련해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비 600억원, 구리경찰서 갈매파출소 신축비 20여억원 등을 챙겼다. 예결위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에 죽율 푸르지오6차 앞 선형불량도로 개선비 10억원을 따냈다.

자유한국당에선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에 영향을 미칠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500여억원,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연구예산 5억원 등을 받아냈다. 예결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인천 강화·옹진 지역에,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부산 사상구 지역에 각각 파출소 신축비 등을 포함해 각각 40여억원, 80여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처리엔 참여하지 않았지만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지역구 전북 군산에서 노후 상수관망 정비 예산 22억4900만원 등 60억원 넘게 증액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특히나 예결위 심사 파행이 길어지면서 회의록도 남지 않는 예결위 소소위나 여야 원내지도부 간 담판을 통한 예산 심사가 주요했고, 이 과정에서 실세들의 ’밀실예산‘ ’쪽지 예산‘이 늘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언론 감시가 덜한 의원들은 자체적으로 예산 확보 홍보전을 폈다. 언론 등에서 밀실예산 증액을 비판해도 지역에선 ‘공’으로 받아들여지는 역설적인 현실에서, 너도나도 예산 확보 성과를 알리려 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부의장이 대표적이다. 이 부의장은 “마산합포지역 주요 사업 1420여억원 이상을 확보했다”며 “거제~마산간 국도 5호선과 고성 죽계~마산 진전간 국도 14호선 확장사업은 정부 원안보다 각각 100억원과 5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주 부의장 역시 “여수시 국비 예산 4871억원을 확보했다”며 “당초 정부는 화양~적금 연륙·연도교 가설예산을 90억원만 세웠으나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적극 노력해 추가 예산 100억원을 확보했다”고 알렸다. 표결에 불참한 바른미래당에서 정운천 의원, 최도자 의원도 전북, 전남 여수 예산 증액에 기여했음을 홍보하는 등 보도자료는 여야 없이 쏟아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각개격파하듯 실세들 민원을 챙겨서 막판에 끼워넣은 증액사업은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예산 앞에선 국민의 대표 아닌 지역 대표”라고 쓴소리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