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에서부터 취임까지 67일이 정권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한다. 여하히 대통령직을 인수하느냐가 새 정부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을 성공적으로 보내기란 생각만큼 여의치 않다. 대통령 당선인과 참모들은 선거 직후 자신감에 넘친다. 국정 이해도는 사실상 ‘제로’인 상태지만 막연히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자만과 무지, 딱 실수하기 좋은 조건이다. 새 정부의 메시지·정책·사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삐끗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노태우 대통령 이래 인수위마다 구설에 올랐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나마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우선 당선인도, 인수위도 점령군 행세를 해선 안 된다. 인수위는 정책을 인수하는 곳이지 과거 정부의 공과(功過)를 따지는 데가 아니다. 정부의 실책을 따지기 시작하면 관료들은 입을 다문다. 중요한 판단 정보를 인수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의 협조도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실도 인수인계 업무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한 건 시의적절했다.
인사가 만사(萬事)다.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한 대탕평 인사는 인수위 인선부터 시작돼야 한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청와대로, 내각으로 기용되곤 했다. 사실상 ‘예비 내각’인 셈이다. 당선인으로선 시간에 쫓길 수도 있다. 1월 중반까진 청와대 인선,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엔 조각(組閣)을 끝내야 하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임기 초반 ‘고소영 인사’니 ‘코드 인사’니 붙었던 꼬리표가 5년 내내 떨어지지 않아 고생했던 역대 대통령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선거 참모를 기용하는 데 있어선 주의해야 한다. 선거 능력과 국정 운영 능력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보은 차원에서 기용했던 참모들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았다. 전문가 사이에서 “선거 참모의 경우 당 정책연구소에서 정책 역량을 기르도록 하고 집권 후반기에 기용하는 게 맞다”는 견해도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인수위에선 몇 가지 정책 방향만 정하는 게 맞다. 설익은 채로 발표되는 국정과제로 혼선만 있어 왔다. 대선 때 제시했던 공약 중 실현 가능성이 낮은 건 인수위 단계에서 포기하는 게 묘책이다. 박 당선인의 약속이란 이유로 끌고 가다간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박근혜 당선인이 1469만 표란 최고의 단일 비토 그룹을 가진 대통령이란 걸 되새기는 것이다. ‘100% 국민’, 즉 대통합을 위한 큰 그림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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