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밀착카메라] 기부도 '냉골'…연탄조차 못 때는 '가혹한 겨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최근 유류세가 인하됐지만 연탄과 등유 값은 오르고 있습니다. 기부까지 줄어서 연탄마저 제대로 못때는 가구들이 있습니다.

힘겨운 겨울나기 현장에 밀착카메라 정해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상계동 양지마을에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모였습니다.

[자 출발!]

저마다 지게를 지고 골목길을 따라 줄지어 걷습니다.

연탄이 집 창고마다 가지런히 채워집니다.

좁은 길로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지게를 활용해야 합니다.

1장당 3.6kg 짜리 연탄을 손과 지게까지 써서 옮기려고 합니다.

이렇게 각 집마다 150장 씩 배달하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가구당 200장씩 제공됐지만 올해는 150장으로 줄었습니다.

[박분수/상계동 양지마을 주민 : 한 이틀 때고 나면 연탄 몇 장 남았나 세고. 이거 불안해서. 작년부터 기미가 보이더니 금년에 와서는 영 연탄을 안 주는 거야.]

정부가 최근 연탄 도매가격을 19.6% 인상하면서 1장 당 105원이 올랐습니다.

기부액도 지난해에 비해 2억 원가량 줄면서 당장 12월부터 나눠줄 연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임지영/서울연탄은행 과장 : 지금 (기부가) 40% 이상 감소한 상황이라 당장 다가올 12월, 1월 혹한기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양지마을 옆 희망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본격적인 한파에 대비해 지붕을 단열재로 덮고 타이어까지 올려뒀습니다.

하지만 골목길 곳곳에 설치한 연탄 보관함은 비어가고 있습니다.

[(연탄 창고가 비었네요?) 네. 다 땠어.]

연탄이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몰라 아끼다 보니 방은 냉골입니다.

[손호일/상계동 희망촌 주민 : 방에 물고기집 넣어놓고 (물고기) 길렀는데. 밑엔 따뜻한데 위가 추우니까 고기가 다 죽어. 다 얼어 죽어버렸어.]

에너지 빈곤층들이 많이 의존하는 난방용 등유도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

정부가 이달 초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등유는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리터당 800원대였던 등유 값은 최근 1000원이 넘었습니다.

서울 상계동의 한 주택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빈 기름통들만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난방용 등유 가격이 올르다보니 아직 사지 못한 것입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에 들어와서 보니 이렇게 창문마다 붙어 있는 단열재도 보이고 나름 겨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일러를 틀지 않다보니 실외보다 실내가 더 춥게 느껴집니다.

권모 할머니는 지난해 기부받은 등유를 아직도 사용합니다.

물을 끓일 때만 보일러를 틀기 때문입니다.

[권모 씨/상계동 희망촌 주민 : 약값하고 겨울에는 기름값하고…(등유값이 올라서 불안하시죠?) 도움을 작년같이 좀 줄지… ]

할머니는 장애인인 딸 명의로 등유를 살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를 발급 받았습니다.

카드에는 14만 5000원이 들어있지만 등유 한 드럼을 사기에도 부족합니다.

[권모 씨/상계동 희망촌 주민 : 모자라면 (내 돈) 보태서 해야 한다고.]

정부는 지난달부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수남/상계동 희망촌 주민 : 에너지 바우처 들었어요 듣기는. (담당자) 전화번호 좀 해줘 봐. 써줘. (제가 지금 몰라서 찾아가지고) 응.]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700여 명이 살고 있는 과천 꿀벌마을입니다.

추워서 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다는 표지판이 눈에 띕니다.

방안 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가도 연탄을 쉽게 때지 못합니다.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 주민 : (연탄이) 조금밖에 없어서 잠가놨지. 열었어. 지금 추워서.]

이웃들에게 빌린 연탄도 이제 8장만 남았습니다.

이미 해가 뜬 아침인데, 이 안의 온도는 아직 영하입니다.

이곳에 사는 할머니는 오늘 하루 연탄 4장으로 버텨야 합니다.

에너지 빈곤층이 실감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합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

정해성, 김태헌, 조용희, 최다희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