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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일자리 없애버린 소득주도성장…빈곤층 근로소득 2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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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휘는 가계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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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째 1분위 가구 소득 참사가 이어지며 저소득층 일자리를 앗아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확인된 후에도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소득통계를 부풀리는 정책만 이어가고 있어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는 경제학계가 그동안 해온 염려에 이유가 있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1분위 가구 소득이 급감한 것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1분위 가구 구성원들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 전체 소득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근로소득 감소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올 3분기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은 작년 3분기보다 22.6%나 하락한 47만8900원으로 집계됐다.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20% 이상 감소한 것은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근로소득이 줄어든 건 1분위 가구 내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가 평균 0.69명으로 전년 동기(0.83명)보다 16.8% 떨어졌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 구성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1분위 가구의 근로자 가운데 사무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2%에서 올해 5.1%로 줄었다. 고용의 질도 나빠진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가구의 일자리 질과 양이 동시에 악화돼 급격한 소득 감소를 불러왔다"며 "고용시장이나 내수 부진 등 경기 상황도 반영됐고, 지난 9월부터 기초노령연금이나 아동수당 등이 실시가 됐는데 이런 효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3분기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0.1% 하락해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과도한 증세와 각종 사회비용 지출 증가가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배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로 집계되는 등 분배지표도 악화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부터 정부가 본격화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소득 가구만 골라 피해를 준 것이 재차 증명됐다"며 "새로 구성되는 경제팀은 정책 방향 수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가 분명해졌지만 정부는 '통계 마사지식' 정책만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0%로 발표된 5월 이후 정부가 공개한 주요 대책은 기초·장애인 연금 확대,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실업급여 확대,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등이다.

모두 재정을 투입하거나 세금을 덜 걷어 가계의 소득·가처분소득을 직접 끌어올리는 정책들이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단기 일자리 확대 정책 역시 저소득 가구의 수입을 강제로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계층별 사회보장 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정책들이 편성된 결과 2019년 저소득층 사회보장사업 예산은 53조27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나 늘어났다. 2015년 이후 평균 증가율인 8.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부처별로는 기초연금 등을 집행하는 보건복지부가 저소득층 사회보장사업 예산 24조1793억원을 편성해 전체의 45.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3조7349억원(18.3%) 늘어난 수치로 저소득층 지원 예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는 저소득층 소득이 부풀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소득주도성장의 여파로 소득이 감소한 기저효과도 있고, 세금을 쏟아부어 소득을 직접 보전해주는 정책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잇따라 시행되기 때문"이라며 "공교롭게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지표를 끌어올리는 형국이어서 경제 정책을 정치의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은행·카드사의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은 세수가 호황이어서 재정 정책을 펼칠 수 있지만 언제까지 여력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규제개혁·산업지원 정책 등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저소득층 가계를 되살리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인 만큼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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