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MT리포트]'빨간비디오'부터 스트리밍까지…포르노의 변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편집자주] IT 발달에 따라 포르노는 더욱 은밀히 광범위하게 일상을 파고든다. 기형적인 어둠의 산업도 몸집을 키운다. '웹하드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도 포르노로 돈을 번다. 이대로는 제2, 제3의 양진호는 계속 나온다. 포르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불법' 포르노에 합리적 규제와 새로운 기준을 고민할 때다.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⑥기술 발전따라 존재형태 계속 진화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를 보다가 빨간 비디오를 봤는데 신세계였다.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가끔 보는 정도다."

평범한 40대 회사원 장모씨(49)의 솔직한 고백처럼 포르노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국내에서 포르노 등 음란물은 불법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그 형태를 다양하게 바꿔왔다. 시선을 세계로 돌리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4차산업 분야에서도 성장성을 인정받는 분야가 포르노다.

중장년층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포르노는 '빨간 비디오'다. 빨간 비디오는 1980년대 가정용 비디오(VHS)를 청소년용은 '녹색', 성인용은 '적색'의 표지 색깔로 구분한 것에서 유래했다. 암암리에 유통되던 해외 포르노도 빨간 비디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애마부인'(1982)과 '빨간앵두'(1982) 등 애로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디오대여점에서 포르노를 빌렸다.

급격히 성장한 비디오 인프라가 각 가정마다 포르노를 보급한 셈이다. 1989년 서울 YMCA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775개 비디오대여점 경영자 가운데 '불법·음란비디오를 대여해줬다'고 대답한 비율은 약 65%에 달했다.

7080세대의 성문화를 담은 '내 안의 음란마귀'(공저)를 펴낸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당시 청계천 일대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많이 구했고, 심야에는 다방이나 만화방에서 포르노를 틀어주기도 했다"며 "다방 커피 가격이 300원일 때 비디오 한편 가격이 500~600원 정도로 오늘날로 치면 1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이 깔리기 시작한 1999년부터 포르노는 인터넷으로 옮겨간다. 인터넷 사용실태 조사사이트 '알렉사'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미국 인터넷 사이트 상위 10개 중 6개가 포르노 사이트였다.

인터넷의 보급은 포르노를 온전히 개인의 영역으로 바꿔놨다. 포르노를 타인과 직접 대면해 구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사라지고 은밀함만 남았다. 개인 대 개인이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웹하드가 확산하며 단 한 번의 클릭으로 포르노를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일본 포르노 AV(Adult Video, 성인 비디오)가 대거 유입된 것도 이 시기다. 인종적 동질감을 무기로 일본 AV는 비디오 시대의 서양 포르노를 빠르게 대체했다. 일본 15개 AV 제작사가 2015년 국내 웹하드 업체 4곳의 5000건에 달하는 동영상의 불법복제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정도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작한 영상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꾸준히 나왔다. 2003년에는 해외에 방송국을 차려 성행위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PJ(포르노 방송 진행자) 등 6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일반인이 직접 찍은 성행위 사진·영상 등을 공유하던 사이트 소라넷도 사회적 충격을 줬다. 2003년부터 운영진이 경찰에 붙잡힌 2016년까지 가입 회원이 100만명에 달했다.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변경한 주소를 트위터로 공지한 탓에 한국의 트위터 보급에 소라넷이 영향을 줬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는 '벗방'으로 불리는 개인방송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줄타기한다. 팝콘티비, 캔티비 등 인터넷 방송국에서 BJ(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시청자들의 후원을 받기 위해 노출을 하거나 성행위를 묘사한다. 일부 BJ는 더 큰돈을 받기 위해 성기까지 노출했다가 처벌을 받기도 했다.

'포르노그래피'의 저자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포르노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늘 존재해왔다"며 "첨단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고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 충족시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포르노는 항상 법의 테두리 밖에 있던 만큼 많은 부작용도 낳았다. 최근 양진호 사태에서 보듯이 디지털 성폭력물 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 AV 보다 리벤지 포르노로 발생하는 수익이 최대 15배까지 높다는 웹하드 업계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이동우 기자 canelo@, 서민선 인턴기자 seominsun@hanmail.net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