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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MT리포트]1500억弗 산업 된 해외 AV…손 놓은 한국 '음지'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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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이영민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편집자주] IT 발달에 따라 포르노는 더욱 은밀히 광범위하게 일상을 파고든다. 기형적인 어둠의 산업도 몸집을 키운다. '웹하드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도 포르노로 돈을 번다. 이대로는 제2, 제3의 양진호는 계속 나온다. 포르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불법' 포르노에 합리적 규제와 새로운 기준을 고민할 때다.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②포르노 산업 날로 진화, 우리는 사회적 논의 없이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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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인 김모씨(32)는 포르노 영상 다운로드 횟수를 급격히 줄였다. 대신 최근 구입한 VR(가상현실) 기기로 일본 성인용 VR 영상을 본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내려받은 후 VR 기기를 쓰면 마치 배우가 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김씨는 "기대보다 실감 난다"며 "꾸준히 영상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노 산업이 IT(정보기술) 발달과 함께 일상에 더 밀접하게 파고들고 있다.

세계 최대 포르노 사이트 폰허브(Pornhub)가 올해 초 발표한 '2017년 연간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트 이용자의 76%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접속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8100만명이 폰허브를 방문한 것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6178만명이 모바일 기기로 포르노를 본 셈이다.

반면 일반 컴퓨터(PC) 접속은 24%에 그쳤다. 포르노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체가 책에서 비디오, PC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폰허브 검색어 순위에서도 포르노 산업의 변화는 감지된다. 지난해 상위 20개 검색어 중 'VR'은 전년대비 14계단 상승해 16위에 올랐다.

포르노 산업은 VR과 AR(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날개를 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매체 NBC에 따르면 전 세계 포르노 산업 시장규모는 2014년 970억 달러를 돌파했고 조만간 1500억 달러(약 16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변화는 대표적 포르노 합법화 국가인 미국과 일본에서 빠르게 나타난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파이퍼 제프레이는 2020년 미국 VR 포르노 시장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2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도쿄의 성인용품 거리 아키하바라에서는 지난해부터 1인용 성인용 VR 부스가 등장했다. 이 부스에서는 1500엔(약1만5000원)을 내면 약 1시간 동안 성인물 배우의 VR 영상을 볼 수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여성이 발을 안마하는 VR 마사지 가게도 등장했다.

7080세대의 성 문화 향유기를 담은 '내 안의 음란마귀'를 펴내 주목받았던 현태준 작가는 "(포르노는) 잡지에서 비디오로, 이후 비디오와 만화를 함께 보다가 인터넷이 생기면서 동영상 파일로 옮겨졌다"며 "앞으로는 가상현실의 포르노 등 4차산업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과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에 성인용 VR 룸이 생기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는 관련 인터넷카페가 등장하고 성인용 VR 영상을 공유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성인 콘텐츠 소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포르노 산업은 날로 진화해 덩치를 키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적 규제나 사회적 합의를 논의할 장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포르노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등 포르노를 합법화한 국가가 포르노 규제 방안을 놓고 1960년대부터 논의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손 놓고 있는 사이 불법 유통으로 수많은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다. 우선 포르노가 사실상 방치된 채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동안 누군가는 돈을 챙기고 있다. 위디스크와 파일누리 등 국내 1, 2위 웹하드업체를 운영하며 거액을 챙기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대표적이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등 각종 불법 촬영물들도 일반 상업용 포르노물에 뒤섞여 기승을 부린다. 사람들은 해외에서 합법인 포르노물과 몰카(불법 촬영) 같은 불법 영상물을 별다른 죄의식 없이 구분않고 볼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2997건이 접수됐던 불법촬영 범죄는 2017년 6632건으로 4년 만에 121% 증가했다.

사정이 이러니 포르노 논의를 공론화하자는 주장이 자연스레 나온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성인영화를 제작하는 공자관 감독은 "우리나라는 법률 조항이 자의적으로 해석 될 여지가 많아 음란물에 대한 규정을 전적으로 판사에 의존하고 있다"며 "법의 집행은 사회적 통념을 따라가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포르노는 한 번도 합법인 적은 없었지만 한 번도 없었던 적은 없었다"며 진지한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언론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는 미국과 일본 포르노가 묘사하는 과장된 성애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마저 있다"며 "불법으로 간주 되는 포르노가 사회에 만연해도 공공영역에서 이를 다루기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포르노를 어디까지 수용할지 끊임없이 논의해 오면서 법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포르노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우리도 성 의식 조사와 함께 포르노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으로 논의를 수면으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 서민선 인턴기자 seomin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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