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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 법관들의 ‘탄핵’ 촉구, 이제 국회가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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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이 1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상관으로서 사법농단을 저지른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이 사건 수사 착수 이래 전직 대법관으로서는 첫 공개소환이다. 박 전 대법관은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받게 된 데 대해 송구하다”며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말이야 맞지만, 그동안 ‘양승태 대법원’ 수뇌부가 하나같이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한 데 비춰보면 진정성 없는 ‘유체이탈’ 화법에 가깝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법원의 신뢰가 추락한 데는 무엇보다 박 전 대법관을 비롯한 양승태 대법원 수뇌부의 책임이 크다. 이탄희 판사의 문제제기 이후에도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함으로써 스스로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에게 사죄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행정처 컴퓨터는 감춰놓고 겉치레 조사로 미봉하려 했다. 그사이 양 전 대법원장은 자기 컴퓨터를 디가우싱 해버렸고, 박 전 대법관은 자신을 ‘석가여래’로 칭송하는 후배들의 초대형 퇴임 문집까지 펴냈다.

앞으로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소환·기소가 예상되지만, 박 전 대법관 바람처럼 그 정도로 이번 사건이 지혜롭게 마무리되고 사법부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법원행정처의 자료제출 거부와 잇따른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재판의 공정성조차 의심받는 상황이다. 또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들이 지적했듯이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포섭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행위’는 처벌·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기도 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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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 탄핵소추 필요성에 의견을 모은 것은 의미가 크다. 법관회의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와 특정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한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특정 내용·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의견을 제시한 행위’를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나 정의당 등 외부와 달리 법원 내부, 특히 법관들을 대표하는 공식기구가 탄핵 필요성을 확인한 것은 검찰 수사만으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자각의 뜻이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 법관 사회 스스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면 국민 시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법관들의 용기 있는 결의에 이제는 국회가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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