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거래세 내려 증시 활성화" "단타 늘어 투기장 될 것"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권거래세 폐지 혹은 인하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투자로 이익을 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 시장을 활성화하고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반면 거래세가 없으면 단타 매매가 급증할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연간 5조원이 넘는 세수가 걸려 있다 보니 기획재정부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엔 없는 증권거래세, 한국은 0.3%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코넥스 등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샀다가 매도할 경우, 거래액의 0.3%를 증권거래세로 내야 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부과하는 거래세율보다 높다. 대만은 지난해 거래세를 0.3%에서 0.15%로 낮췄고, 중국과 홍콩은 0.1%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은 거래세가 아예 없다. 일본은 1989년까지 0.55%를 부과했지만 이후 10년간 꾸준히 세율을 내린 끝에 1994년 폐지했다.

이 때문에 거래세를 낮추거나 없애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주식 투자에 대한 거래 비용이 낮아지면, 해당 비용이 시장으로 유입돼 유동성(자금 흐름)이 늘어나고 거래도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08년 중국이 거래세율을 0.3%에서 0.1%로 낮춘 이후 3개월간 증권 거래 대금이 이전 3개월보다 69% 넘게 증가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거래세를 없애거나 인하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며 "자본시장을 육성하면 세수 증대 효과가 거래세로 인한 세수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거래세 제도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주식 투자로 손실을 봐도 수익을 본 이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개인 대주주의 경우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함께 내야 하는 만큼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현재는 단일 종목 지분을 15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을 팔 경우, 양도 차익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한다. 양도세 부과 대상(대주주)은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가 대주주 범위를 2020년 시총 10억원 이상, 2021년에는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래세도 내고 양도세도 내는 이중과세 대상이 현재보다 9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세 0.1%포인트 낮추면 세수 연 2조 감소"

그러나 증권거래세 폐지 혹은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해당 시장과 기업에 투자 매력이 있을 때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이지, 단순히 거래 비용이 줄어든다고 해서 투자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거래세를 당장 낮추는 것보다는 국내 상장 기업들의 저배당 성향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거래세 인하로 거래 비용이 줄어들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단타 매매가 급증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세 당국은 "거래세 인하는 향후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시점과 재정 여건을 감안해 검토할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세수가 축소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증권거래세로 거둬들인 수입은 연평균 5조5914억원에 달한다. 증시가 활황을 보인 지난해에는 6조2828억원을 징수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0.3%인 거래세율을 0.1%포인트 낮출 경우, 지난해 기준 2조1000억원가량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거래세를 폐지하려면 현재 대주주에만 과세하는 양도소득세를 전체 투자자 대상으로 확대하는 등 양도세 개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도세를 전면 부과할 경우 소액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가는 등 조세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대만에서 1989년 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세를 도입했다가 주가지수가 한 달 만에 36% 폭락한 전례가 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