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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남태평양 잡아라"… 中·日·濠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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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개최 파푸아뉴기니 지원

군사·경제적 요충지인 남태평양 일대에서 중국·일본·호주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최된 아·태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이 국가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경쟁 양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PEC이 열린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에 도착한 세계 정상들이 중국 도시를 방문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항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연결된 6차로 도로에는 수백 개의 중국 국기가 펄럭였고, 옥외광고판 곳곳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사진이 걸렸다. 이 도로가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APEC 개최 전 중국과 국교를 맺은 태평양 도서(島嶼) 국가 정상들과 공동 정상회담도 열었다. 일본 NHK는 중국이 APEC 지원을 위해 대형 버스 수십 대를 중국 본토에서 공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형 버스 운전 경험이 없는 이들을 위해 '운전 특강'도 실시했다.

파푸아뉴기니는 한때 호주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다. 호주는 APEC 경호 병력을 1000여 명 파견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지역은 호주의 '관할권'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조치였다. 호주는 남태평양 일대에서 활동하는 군함도 늘리기로 했다. 미국의 무인 공격기 MQ-9B 리퍼를 구매, 남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중 활동도 증강할 계획이다. 호주는 이번 APEC에서 미국·일본과 연대, 전력 공급률이 13%에 불과한 파푸아뉴기니를 지원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기 공급률을 70%로 확대하면서 현지 주민 고용을 늘리고, 직업훈련도 병행할 방침이다.

일본은 자위대를 활용한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대한 '능력 구축(Capacity Building) 지원' 활동을 통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능력 구축 지원'은 일본 정부가 자위대원을 파견하거나 무기 취급, 부대 운영 기술을 전수하면서 일본의 영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아세안·카자흐스탄·몽골 등에 대해 이런 활동을 해왔는데, 이를 파푸아뉴기니·피지 등으로 확대 중이다. 일본은 최근 파푸아뉴기니와 피지 공병대를 초청해 인명 구조, 도로 복구 분야 기술을 전수했다.

조선일보

최근 남태평양 일대에서 벌어지는 각축전은 중국이 '해양굴기(海洋崛起)'의 기치 아래 해양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시 주석은 2013년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며 오성홍기(五星紅旗)가 휘날리는 지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과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적극 참여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미·일·호 3국은 빈번한 군사훈련을 통해 결집력을 높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 총리가 지난 15일 싱가포르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호주로 날아간 것도 3각 동맹의 연장선상에서다.

아베 총리는 16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습으로 260여 명이 사망한 호주 북부 다윈의 전몰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다윈은 2012년부터 미국이 해병대를 순회 주둔시키고 있는 전략 요충지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다윈은 일본·미국·호주 간의 연대를 나타내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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