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中 시진핑-美 펜스, APEC서 무역·안보 놓고 격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시진핑 "일방주의·보호주의,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폭" 펜스 "中, 美 이용하던 시절 끝나"… 中 일대일로·美 인도·태평양 전략도 대립 ]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고 있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무역,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비전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달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시 주석은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재계 및 정치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자유무역 유지와 다자간 체제 촉진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40분 가까이 이어진 연설에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며 "역사는 대립이 차가운 전쟁이든, 뜨거운 전쟁이든, 무역 전쟁의 형태이든 간에, 승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무역 공세를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로 재차 비판한 것이다.

이날 같은 단상에 오른 펜스 부통령은 좀더 직설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시 주석과 중국을 매우 존경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중국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을 이용해왔다"면서 "이제 그런 시절은 끝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적인 기술 이전과 지적 재산 절도 등을 포함한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일일이 적시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의 방식을 바꿀 때까지 미국은 현재의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를 도입할 여지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부터 미국은 25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왔고 중국은 11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비슷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친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같이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타협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는 이달 말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있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첫 두 정상 간의 회담이다.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 주석과 펜스 부통령은 무역에 대한 불만 외에도 각각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미국이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 경제비전을 설파하는 데도 열을 올렸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는 협력을 위한 개방된 플랫폼"이라며 "어떠한 숨은 정치적 의도도 없으며 누군가를 목표로 삼기 위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사람들이 이름 붙이기를 원하는 것처럼 '부채의 덫'을 일으키지 않는다. 일대일로는 전세계에 공동의 번영을 가져오는 투명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해상과 육상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인프라 네트워크 구축 사업으로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직접 제안했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일부가 인도-태평양 전역과 전 세계 정부에 인프라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입에 올린 뒤, "이러한 대출조건은 모호할 때가 많고 이들이 지원하는 사업은 종종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너무 자주 다른 조건들을 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을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호주와 일본이 지원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대일로의 대안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더 나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파트너를 빚더미에 빠뜨리지 않으며 강요하거나 독립을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도로, 철도, 항만, 파이프라인, 공항을 포함한 인프라 개발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며, 미국은 '일부 국가와는 대조적으로 원칙을 지키는 접근'을 채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관련해선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에 있는 롬브룸 해군기지를 재개발하기 위해 호주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등 관련국들에게 자국의 비전에 동참할 것으로 호소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쪽 편을 들게 되면 다른 쪽은 적이 되기 싶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5일 연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의장 자격으로 한 폐막연설에서 "여러분이 서로 다른 쪽에 있는 두 나라의 친구라면, 가끔 두 나라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두 나라 모두와 잘 지내려고 할 때 어색한 때도 있다"면서 "저는 우리가 어느 쪽도 편을 들지 않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세안이 한쪽을 선택하거나 다른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