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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기습'… 한진그룹 경영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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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강성부 KCGI 대표




엘리엇 등 외국계에 이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공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토종 사모펀드 KCGI는 지난 15일 한진칼의 주식 9%를 매입, 조양호 회장 일가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한진칼은 대한항공(30%), 진에어(60%), 한진(22.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頂點)에 있는 회사다. KCGI는 약 1300억원을 투자해 시가총액 약 7조원의 한진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KCGI는 배당 확대, 지배 구조 개선 등 주주 가치를 내세운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다. 대기업 지배 구조의 약점을 파고드는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고용 확대보다는 단기적 차익 실현이 목적이다. 외국 투기 자본의 대기업 공격이 유행하자 토종 펀드도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 교체 노릴 듯"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이사회 멤버 7명 중 이사 3명과 감사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 17일"이라며 "KCGI의 투자 목적 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 주가는 전날보다 14.75% 오른 2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이 열릴 때까지 주가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16일 본지 통화에서 "추후 경영 참여 관련 전략이 세워지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KCGI는 "회사와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회사 배당·합병 등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혀 경영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강성부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2005년 기업 지배 구조 문제를 제기한 보고서를 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을 거쳐 2015년 LK파트너스 대표가 된 뒤 550억원 펀드를 조성해 요진건설에 투자해 2년 반 만에 2배 이상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지난 8월 LK파트너스에서 독립해 KCGI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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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조 회장 측이 유리하다. 조 회장과 일가 등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지분 28.95%를 보유, KCGI보다 3배 이상 많다. 국민연금·한국투자신탁운용·크레디트스위스 등 기관투자자의 지분율 합계는 17.19%로 이들과 KCGI가 힘을 합해도 조 회장 측이 우세하다. 관건은 44.8% 지분을 보유한 소액 주주들이다.

일각에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KCGI 측에 상당수 소액 주주가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점친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이 주총까지 남은 3개월여 동안 주주 가치 제고와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 잇따라 등장

국내에서도 '지배 구조 약점'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미 KB자산운용이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선보였고, 라임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등도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성과 고용 확대보다는 배당 확대, 단기적 차익 실현에 목적을 둔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대주주 경영권 방어 장치가 취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 경영에 상당한 장애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공격을 받자 주주 가치 제고를 이유로 10조원의 자사주 소각 등을 실시한 바 있다.

정부도 행동주의 펀드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 7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고, 금융위원회는 국내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분 규제를 완화했다.

최현묵 기자(seanch@chosun.com);정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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