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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 기준 130년만에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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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 기준이 130년 만에 바뀌었다. 앞으로 1㎏은 고정된 상수 값을 기준으로 설정되게 돼 '불변'의 값을 갖게 됐다.

국제도량학회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를 열고 질량과 전류, 온도, 물질의 양 등을 나타내는 4개 물리량 단위를 새롭게 정의했다고 밝혔다. 미터협약에 가입한 60여 개국 대표가 회의에 참석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시간을 의미하는 '초'와 길이를 뜻하는 '미터', 빛의 밝기를 뜻하는 '칸델라' 등이 포함된 7개 기본 단위 중 4개 기준이 한번에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된 단위 정의는 '세계 측정의 날'인 내년 5월 20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된다.

과학자들이 4개 단위 기준을 바꾼 이유는 기존 정의가 불안정하거나 시간에 따라 변할 위험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1889년 이후 1㎏ 정의는 '원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내구성이 강한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이루어진 합금으로 제작한 원기는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통형 형태를 띠고 있다. 원기는 제작된 뒤 프랑스 파리 근교 건물 지하 깊숙한 곳에 보관돼 있으며 철통 보호를 받아왔다. 이 원기를 토대로 여러 국가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원기 복사본 질량으로 1㎏을 정의해왔다. 문제는 원기가 공기 중 이물질과 만나 미세하게 닳으면서 질량이 변한다는 점이다. 2014년 원기 무게를 측정한 결과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35㎍(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 가벼워진 것이 확인됐다. 1㎏이라는 기본 단위가 인간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바뀌고 있던 셈이다. 온도 단위 '켈빈(K)'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물이 삼중점(고체·액체·기체가 공존하는 온도와 압력 조건)에 있을 때로 1K를 정했지만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 수가 다른 원소) 비율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단위 기준이 갖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불변의 값인 '상수'를 이용해 단위를 바꾸기로 했다. K는 볼츠만 상수로, 전류의 단위 암페어(A)는 기본 전하인 e를 기준으로, 물질의 양을 뜻하는 몰(㏖)은 아보가드로 상수를 이용해 재정의하기로 했다. 박연규 한국표준연구원 물리표준본부 본부장은 "플랑크 상수(h), 볼츠만 상수(k), 기본 전하(e), 아보가드로 상수(NA)라는 고정된 값을 기반으로 단위를 정의함으로써 불변의 단위 정의가 실현됐다"며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본부장은 "GPS가 정교해진 시간 측정을 통해 탄생했듯이 향후 첨단 기술은 미세 오차까지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측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 유무가 과학기술 선진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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