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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매경데스크] 인공지능 전문가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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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기석 시공미디어 회장은 에듀테크 선구자다. 20년 전 외국 잡지를 통해 디지털 학습 시대가 올 것을 확신하고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교육 콘텐츠를 사들였다. 이렇게 모은 디지털 콘텐츠만 250만건. 이를 가공해 초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제공하는데, 유료 회원이 9만명에 달한다. 박 회장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인공지능(AI) 교사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공부한 것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형 학습은 물론 진로까지 상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 사업을 함께할 AI 전문가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로봇 제작 벤처기업 A대표는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이직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높은 스톡옵션을 제시해도 더 좋은 조건의 대기업으로 가는데 속수무책이다. 1년 내내 수시모집을 하고 있지만 좀 할 만하면 이직을 하는 통에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통 제조 중소기업은 청년들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면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소벤처기업은 전문인력 부족과 이탈에 따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청년실업률 고공 행진 속에 중소기업은 두 가지 극단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굳이 심각성을 따지자면 후자가 더 위험하다. 노동자는 대체할 수 있지만 디지털 인재는 단기간에 대체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여러 기술이 융합되면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산업이 급속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살고 있다. 아마존은 하늘에 물류센터를 만들어 드론이 오가며 배달하는 시대를 꿈꾼다. 우버는 모든 차를 전기차로 만들어 클릭만 하면 차가 내 앞에 오는 세상을 창조하려 한다. 모두가 기존 산업을 갈아엎는 발상이고 AI 기술 없이 안 되는 사업이다.

최근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모든 기업은 이제 AI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제조업은 AI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미래 신기술 인재를 가장 빨리 빨아들이는 곳이 미국과 중국이다. 미·중 무역전쟁 원인이 바로 디지털 패권을 둘러싼 AI 인재 쟁탈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텐센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AI 인재는 100만명인데 현재 활동하고 있는 AI 전문가는 30만명뿐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은 이런 소수의 디지털 인재를 싹쓸이하면서 산업계의 포식자가 됐다.

알리바바 마윈은 '다모위안(達摩院·다모아카데미)'이라는 연구소를 설립해 3년간 17조원이라는 돈으로 세계 디지털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 무협소설가 김용의 광팬인 마윈이 직접 지은 다모위안은 본래 김용 소설에 나오는 소림사의 최고 무술 수련장이다. 이곳에 2만5000여 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를 동원해 AI,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머신러닝, 사이버 보안 등을 집중 연구한다는 것이다. 다모위안에서는 앞으로 AI 절대 무공을 익힌 무림의 고수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마윈의 무협소설적인 상상력도 놀랍지만 시대 기술의 흐름을 꿰뚫는 혜안도 놀랍다.

앞으로 일자리는 AI 기술이 결합된 제품과 서비스에서 나올 것이 틀림없다. 이런 바탕에서 국가 생존을 건 디지털 인재 확보전이 펼쳐지는데,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 5만9000개다. 지금 세금으로 전통시장 환경 미화, 농어촌 환경 정비 같은 단기 일자리를 만들 때가 아니다. 그 돈으로 멀리 보고 4차 산업혁명 분야 인력을 공급할 계획을 짜야 한다. 많은 중소벤처들이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구현할 사람이 없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는 미취업 청년과 실직자를 대상으로 재교육을 통해 디지털 인력 10만명을 양성하자고 제안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아예 100만명을 키우자고 한다. 정부가 나서서 AI 무공을 갖춘 인력을 끊임없이 산업 현장에 공급해야 한다. 그런 비전 없이 생사를 넘나드는 냉혹한 강호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 하는가.

[전병득 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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