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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뮤지컬 첫 도전 변정수 “발성 키우려 복대도 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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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5일 ‘애니’로 새로운 출발

고아소녀 괴롭히는 원장역 맡아

“더 엉뚱한, 악랄한 인물 만들 것”

배종옥에게 호흡·연기 한 수 배워

모델·배우 등 전방위 활동 24년째

“들어오는 일 절대 놓치지 않아요”

중앙일보

첫 무대 연기를 앞둔 변정수. ’대사가 객석 3층까지 잘 전달되려면 말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그의 표정에서 기대감과 긴장감이 읽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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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무대만 봐도 너무 멋있더라고요. 무대에 서서 ‘아’라고 소리를 내봤는데 울림이 달랐어요. ‘아무나 못 서는 무대인데…’란 생각에 의욕이 불타올랐죠. 지금 흥분 상태로 연습하고 있어요.”

변정수(44)의 설렌 표정은 마치 신인같았다. 1995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영화·라디오 등을 오가며 모델이자 배우로 활동해온 그가 처음으로 무대 연기에 도전한다. 12월 15∼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애니’에서 주인공 애니를 괴롭히는 고약한 고아원 원장 미스 해니건 역을 맡았다. ‘애니’는 197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그 해 토니상 안무상·대본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은 작품이다. 미국 대공황시절을 배경으로 고아 소녀 애니와 억만장자 워벅스의 우정을 따듯하게 그렸다, 한국에선 2006·2007·2010·2011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무대다. “더 엉뚱하고 귀엽고 악랄한, 그러면서도 좀 불쌍하기도 한 미스 해니건을 만들어내겠다”는 그를 14일 만났다.



Q : 첫 무대 연기다. 연습은 잘 돼가나.



A : “대사는 다 외웠고, 동선 처리를 연습 중이다. 연기와 보컬 개인지도를 1주일에 각각 두 번씩 받고 있다. 2006년 전수경 배우가 미스 해니건을 연기했던 뮤지컬 공연 동영상을 구해 집에서도 계속 보면서 연습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노래하면서 춤을 추고 화음까지 넣어야 하니, 연습량이 엄청나야 된다. 지난달 ‘애니’ 연습에 들어가기 전 배종옥 언니와 터키 여행을 다녀왔다. 숙소에서 언니에게 발성법을 배웠다. 바닥에 누워 상체와 하체를 올려 몸을 V자로 만든 상태에서 대사 연습을 하라고 했다. 배에 그만큼 힘을 주고 발성을 해야돼서다. 평소 배에 복대도 차고 다닌다.”


배우 배종옥과 그는 드라마 ‘애정만만세’(2011)에 함께 출연하며 언니·동생 사이가 됐다. 배종옥이 출연한 연극 ‘꽃의 비밀’(2016)은 세 차례나 캐스팅을 바꿔가며 봤다. 그는 “극장 안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연기하는 언니가 부러웠다. 그 희열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Q : 뮤지컬 데뷔를 하게된 계기는.



A : “‘애니’를 제작하는 서울시뮤지컬단 한진섭 단장의 제안을 받고 곧바로 ‘할게요’ 했다. 나는 원래 들어오는 일을 놓치지 않는 스타일이다. 제안하는 사람도 그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심사숙고해서 고른 것 아니겠나. 나와 맞을 만한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스케줄이 맞는 한 거절하지 않는다. 특히 ‘애니’의 해니건 원장은 웃기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다.”


“들어오는 일을 놓치지 않는 것”은 그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순리를 따른다”는 그의 소신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원대 섬유미술과 재학 시절 의상학과 친구들의 부탁을 받아 학교 패션쇼 무대에 처음 섰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학교 선배와 스물한 살에 결혼을 했다. 결혼과 출산이 모델에게 약점이 될 수 있었던 시대였는데도 그는 순리대로 아이를 낳았고 그 후에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갔다.

1999년 큰딸이 갓 돌을 넘겼을 무렵 혼자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모델로서 더 큰 무대를 찾아보는 도전도 했다. 파리 방돔 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영희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패션쇼 무대에 섰고, 현지 모델 에이전시의 눈에 띄어 미국 뉴욕에 진출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할머니 손에 자라던 딸이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이모’라고 부르는 소리에 놀라 2001년 뉴욕 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그 해 8월 KBS 단막극 ‘도시괴담-사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최근에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전설의 마녀’ ‘여왕의 교실’ 등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지난달에는 지춘희 디자이너의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등 여전히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Q : 모델로, 배우로 롱런의 비결이 뭔가.



A : “남편과 두 딸, 가족이 주는 안정감이 크다.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배역을 맡으면 캐릭터 연구부터 하고, 웬만한 의상과 소품을 내가 직접 준비하려고 한다. 모델로서 자기 관리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운동을 하고, 식사는 3분의 2 정도 먹었다고 생각할 때 숟가락을 놓는다.”




Q : 앞으로 더 도전하고 싶은 일은.



A : “아주 색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강아지 데리고 3박4일 여행하기’ ‘100만원으로 ○개국 여행하기’ 등에 도전하고 그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같은 거다. 연기자로선 미스테리물을 한번 해보고 싶다. 갑자기 미친 연기를 하는 캐릭터,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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